일의 격 - 신수정
1. 우리 뇌는 우리가 보고, 우리가 듣고,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을처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을 쓰는데 그것은 '변화가 있는 것'만 저장하고 처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없는 상황이나 기간은 마치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워 버린다.
~
4. 현재까지 인간의 수명을 크게 늘일 방법은 별로 없다. 최고 부자에 최고의 건강관리를 하시는 회장ㅇ님들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나 뇌가 느끼기에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변화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새로운 곳을 가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드는 것이다.
5. 변화가 많은 삶을 살수록 인생은 길어진다.
안정된 삶을 지향하는 나로서 변화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도 안정된 순간 속에서 나는 따분함을 넘어 불안함을 느낀다.
루틴이 익숙해지고 여유가 찾아오면, “더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따라붙는다. 어쩐지 과하게 성실한 현대인의 전형 같다.
주말, 더위 핑계로 침대와 소파를 전전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하지?” 나는 늘 관심 있는 사람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언제 행복한가요? 그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서, 또 오래 이어주고 싶어서.
하지만 요즘은 정작 나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그리곤 오랜만에 일기장을 펴고 적어보았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나열해보니 공통사가 있더라.
'자유', '성취', '연대'
내 시간과 마음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유
배우고 성장하며 쌓이는 성취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이어짐을 느끼는 연대
흔히들 각자의 철학으로 삼는 인정 욕구, 외로움, 소속감 모두가 이 세가지 단어에 포함되어 있으리라
허나, 요즘은 약간의 행복 불균형이 있다.
가정도 아이도 없는 나는 자유롭다. 연대가 깊은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도 나는 별난 아이이기 때문에 나의 자율성을 존중해준다.
어른이 되니 인간 관계의 양과 질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관계가 결정되기에 내가 맺고 싶은 관계에 맞춰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졌다. 다시 말하면 내가 맺고 싶은 관계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성취가 덜하다. 그래서 요즘 나의 행복은 불균형이다.
퇴근길, 논현역까지 걸으며 생각을 비워내려 하지만 오히려 더 차오를 때가 있다. 5년, 6년만 지나도 나는 나만의 킥을 갖추지 못하면 인기가 없는, 그저 그런, 원 오브 뎀 직장인이 되진 않을까?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에 다녔더라면, 지금의 커리어에서 끝장을 내겠노라고 결심했더라면 생각이 달라졌을까? 모르겠다.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아도 한수 앞이, 두수 앞이 안 보인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나는 국제 도슨트를 해보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달란트와 잘 맞고 또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직을 하면, 이직한 회사에서 적응을 하면 그때 정식으로 수강하겠노라 때를 기다렸었는데 이제 적기인 듯 하다.
뭐 길게 썼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내가 하고 싶던 걸 배우러 간다.
나는 늘 나에게 묻고,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나는 반복해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나?
그리고 답을 찾으면, 행동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상황을 맞춘다. 이번에도 그렇게 내 자신에게 배움을 선물했다. 이러니 나이 들어가는 게 달갑다.
어쩐지 나는 이 길로 커리어를 바꿀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이 글이 훗날 성지가 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마음은 그러하다.
성취가 덜해 흔들리던 나에게 새로운 배움으로 기회를 줬으니, 이제 그 과정을 채우는 건 내 몫이다.
12주 동안 매주 퇴근 후 신촌까지 가는 길, 쉽진 않겠지만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조금 더 움직이면 되는 일이다. 뒷심이 부족한 내가 힘들다고 흐지부지 될 땐 다시 와서 이 글을 읽어야지. 나만 보는 블로그가 아니라 브런치에 올렸으니 이젠 지킬 수 밖에.
인생에 변화가 찾아왔다. 변화를 택했다. 내 인생도 한뼘 길어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