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봤다.
이 책은 33일간의 알래스카 오지 순록 사냥을 떠난 이스터의 모험기와 뇌과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교차 제시하며 저자의 논지가 서술된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 '불편함의 필요성'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며 동시에 편안함으로 점쳐진 현대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누군가 나를 뒤따라다니며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과잉스럽다고 야단을 치는 것 같았다. 눈총 받는 기분이랄까..
책의 내용이야 뭐 흥미로웠다. 알래스카에서의 추위와 굶주림, 비위생적인 환경, 끝없는 침묵과 지루함, 생사를 오가는 위협까지. 이스터가 기록한 순간들이 너무도 생생해 알래스카 현장에 함께 있단 착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다.
그런데.. 대체 불편함을 자초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이기에 그렇게까지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을까?
눈총 받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 계속돼, 책장을 덮고는 가볍게 생각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갖춰진 것을 영특히 활용하자.
맞다. 저자가 말했 듯 알래스카의 극한 상황과 달리, 현대를 사는 우리는 기술과 의학의 발전으로 전례 없는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 문제는 이 편안함이 우리를 무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자의 메세지처럼 작은 불편이 삶을 회복시키는 강력한 전략일 뿐더러 오히려 의도적인 불편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백번 동의한다. 다만 나는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현대의 편리함을 무작정 경계하기보다는 그것을 영특히 활용해 스스로의 리듬음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
흥미롭게도 이 책이 주려던 교훈보다, 내 머릿속을 며칠째 맴도는 건 p.85의 한 구절이다. 책장을 덮은 뒤로도 세 번쯤은 계속 곱씹었고, 그 물음에 답을 찾으려 애썼다.
p.85
지금껏 살아오면서 지켜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 그런 일을 하려면 청중이나 타인의 대단한 칭찬이 필요한 걸까요? 나는 자신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닌 걸까요?
가족도 친구도 지나가는 행인도 내 주변엔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CCTV, 홈캠, 내 목소리를 엿듣고 있는 휴대폰도 없다. 그 어떤 것도 나를 지켜보지 않을 때, 과연 나는 무엇을 할까? 감히 상상해본 적 없던터라 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항상 그렇듯 일어나 운동을 하고, 깨끗하게 씻고, 맛있는 아침을.. 아 아무도 없다면 나의 길티이자 소울푸드인 닭강정과 아이스크림 파인트 한통을 헤치울테다. 아! 그리고 집 청소를 해야지..
평소엔 못했던 일탈을 해야하나? 근데 내가 하지 못한 일탈이 뭐지? 사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통제 때문에 못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것뿐인데. 그렇다면 그것을 일탈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정말 오만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다가, 결국 이런 결론에 닿았다.
남의 시선과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선택한 행동이 정~말 나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다시 돌아오면, 나는 나를 위해 청결을 유지하고 건강을 챙기는 사람인 거다. , ‘정말 나를 위한 것들’이 무엇인지 묻는 과정에서 오히려 삶의 우선순위를 더 확고히 세울 수 있었다.
1. 건강
건강할 때에는 수만가지 고민과 걱정이 앞서더니 막상 아프면 오직 건강만을 바라게 된다는 아무개의 말을 100% 공감하며 건강이야말로 내 인생의 최고의 우선순위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간 몰랐다. 사지가 멀쩡했고 크게 아프지 않았고 체력도 좋았으니(?..) 건강의 소중함을 체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말로 진심으로 건강히 낳아준 엄마에게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승무원을 준비할 적만해도 숫자에 예민한 다이어터라 절식과 폭식을 오가며 몸을 혹사시키는줄도 모르고 마른 몸매에 만족을 했더랬다. 이제는 중심을 건강에 두니 운동에 욕심도 나고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된다.
그리고 다음 순위는 부와 행복인 것 같다.
가정 건사와 자식 양육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가족을 위해 필요한 부와, 그 과정 속에서 남편과 느낄 행복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실은 어떤 사람과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다기 보다는, 어떤 모습이든 그 과정을 함께 웃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의 서평은 줄거리 요약이나 평가보다는, 위 한 구절이 내게 준 사색의 시간과 개인적 의미가 더 컸다. 깨달음을 곱씹는 과정에서 차분히 본인의 생각을 정립해나가는.. 아, 이래서 책을 읽는구나! 새삼 더 책을 가까이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번 서평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