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y All

[My All] Off to New Zealand

Thanks to Jin ❤️

by Choi 최지원

<경험의 멸종-크리스틴 로젠>에서는 영화, 텔레비전과 같은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로 제공되는 매개된 경험은 가짜 친밀감이라 주장한다. 경험을 스크린으로 소비하게 되면 시각과 청각만이 주로 활용되고, 촉각, 후각, 미각, 장소 감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한 경험의 결핍을 지적한다. 나는 모든 경험은 그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서도, 저자처럼 직접 경험이 가진 가치가 월등히 높다 여긴다. 그래서 나는 소유보다 경험과 배움에 많이 투자 한다.


뉴질랜드에 정착한 대학 친구 진영이의 사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늘 진영이의 가치관을 변하게한 환경이 궁금했다. 성격이 급하고 과단성에 익숙해 한국에서의 경쟁이 어렵지 않은 나와 달리, 진영이는 이곳의 여유와 평안함에 매료되어 주거지를 바꾸는 꽤 대단한 선택을 했다. 궁금증과 진영이를 보고 싶은 마음을 한가득 안고, 우리가 수십 년을 살아온 한국이라는 환경을 벗어나 남반구 저 끝, 뉴질랜드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20시간 비행을 결심했다.


내 친구에게는 일상일지 모를 이 곳이 여행자인 나로서는 생경하기도, 설레기도 했다. 함께한 3박 4일 동안 진영이가 선물해준 환대의 순간들이 돌고 돌아 언젠가 누군가에게,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시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 결심했다.

(이곳에서 마주한 놀라운 모든 풍경들을 꼭,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어졌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늘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진영이를 먼저 보내고, 퀸즈타운에서 이틀을 더 보내야 하는 나는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도저히 나갈 자신이 없어, 진영이가 만들어준 소중한 추억들을 영원히 기억에 남기기 위해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기록해본다.



여행의 묘미는 예측할 수 없는 오차에 있달까?

나에게 주어진 Auckland → Queenstown 레이오버 시간은 2시간 30분. 분명 최종 목적지인 Queenstown까지 수화물 트랜스퍼가 되는줄 알았는데.. 그걸 모르고 헤매버린 덕분에 결국은 비행기를 놓쳤다! ^-^ 다행히 3시간 뒤 Queenstown행 티켓이 있어서 당일에 도착할 수는 있었다.


다음날 오전 7시부터 시작하는 Milford Sound 투어를 위해, 숙소 도착하자마자 이른 잠을 청해야만 했다. 장장 12시간 반나절 투어인 Milford Sound 투어는 버스에서만 7-8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리가 없어 떨어져 앉아야 하는 인도 신혼부부에게 자리를 양보했더니, 기사님이 런치 밀박스 쿠폰을 주셨다. 기사님이 아니었으면 12시간 동안 꼬박 굶었을 거다. 다들 버스나 크루즈에서 먹을거리를 싸오셨던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아메리카노랑 이클립스만 챙겨갔었다. 기사님이 날 살려주셨다! 감사합니다!


이른 새벽이라 졸릴 법도 한데, 가는 길 내내 장관이라 잠을 잊었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드넓은 들판과 푸르른 산 끝에 녹지 않은 눈이 정말이지 대단했다. 그리고 오고 가며 만난 양들이 아마 뉴질랜드 인구보다 더 많지 않을까?


Te Anau - 역시 사진은 한국 이모들이 짱.
Milford Sound


해외 여행 오면 항상 티셔츠를 산다. 여행 내내 이 티셔츠만 입고 다닌다. 나한텐 어떤 명품 다~ 필요 없고,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그 곳만의 시그니쳐 티셔츠가 제일이다. 이 티셔츠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어린이 사이즈인데도 욕심내서 입었다. 4일 정도 입으니 꽤 늘어나서 이제는 잘 맞는 것 같다.

One Kiwi, Two Kiwi, Red Kiwi, Blue Kiwi S2

퀸즈타운 명소 와카티푸 호수, 런닝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정말 정말 마음에 들어요! Kiwi 만만세!


드디어 진영이를 만나 테카포/푸카키 호수로 향했다. 나처럼 돌만 보면 소원 빌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왔다간 모양이다. 이번에도 평평한 돌 하나 올리며 내 안에 사랑이 테카포 호수처럼 마르지 않고 나를 스쳐가는 모든 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 너른 인간이 되기를 빌었다.

테카포 호수


필름 카메라 뷰 파인터에 카메라를 놓으면 이렇게 멋진 프레임이 만들어져요!


다음날 8시간 Isthmus Peak 하이킹을 위해 5시부터 움직였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아 하이킹은 포기하고 Tasman Glacier 트랙으로 변경 했다. 숙소 앞 새벽녘 구름이 너무 낭만적이었다. 산봉우리 끝에 걸쳐진 구름에 빨간 햇살이 가득 껴서는.. 떠나기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선명하고 큰 무지개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무지개 시작과 끝을 정확히 볼 수 있어, 반원 전체를 한눈에 담았다. 무지개가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부터 피어나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했다.


Chromwell → Clyde로 이어지는 호숫가를 따라 자전거 트래킹을 했다. 엔드 투 엔트로 따지면 거리가 55km 정도 되는데 e바이크가 아니였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e바이크를 타고서도 내 다리는 마치 다시 태어난 아기 고라니가 되었는데 ..


Highest Point가 324m인데, 자전거 트래킹이 처음인 나에겐 꽤 높고 험한 길이었다.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기도 빠듯하게 좁은 길에 왼쪽엔 펜스가 전혀 없는 호숫가 낭떠러지.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바람 때문에 핸들 그립을 조금만 풀어도 쓰러질 것 같아 아찔한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진영이는 역시나 또 엎어졌고(아기장수 조투리는 매번^^) 나는 암석에 부딪혀 멍이 들었다.


한 30km 갔나? 업힐과 다운힐에 따라 기어를 프로페셔널하게 변속하는 내 스스로가 뿌듯해지면서, 애쓰지 않아도 몸은 운전에 모든 집중을 기울이고 있었고, 자연스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여행 나올 때마다 느끼지만, 이렇게 몸소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게 건강하게 낳아 키워준 엄마에게 감사했다. 엄마에게도 꼭 이 풍경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또, 사랑하고 고맙고 함께 하고픈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니, 드디어 건강한 지원이로 다시 돌아왔구나 싶어 앞으로의 새로운 내 출발이 기대되고, 기뻤다.


자전거 잘 타는 저 여성이 바로 저예요! (뿌듯)
Highest Point 324m
젠지일까요~ 거침없이 하이킥 일까요~


Arrowtown, 19세기에 금광이 발견되어서 사금 채취가 한창일 때에는 7,000명 이상 광부가 몰리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정착한 곳이라 그런지 여기 저기 골드샵이 보였다.

Arrowtown, 벚꽃 만개!


우리 나라와 계절이 완전히 반대인 뉴질랜드는 10월, 완연한 봄이다. 눈 안에 뉴질랜드의 봄을 담을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지. 볕 드는 테라스에서 책을 읽으려 했지만,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꽃을 안 보고 활자를 본다는 게 어리석은 일인 것 같아 머리 위에 있는 봄을 흠씬 즐겼다.

수건만 있었다면 냅다 뛰어들었을텐데


어쩐지 현지에서 진영이를 먼저 보내니 마치 내가 뉴질랜드 로컬같다. 기약 없는 다음번의 만남을 약속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답게 잘 지내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진영이가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배웅했다.


한국에서 출발하며 품었던 궁금증, 무엇이 진영이를 뉴질랜드에 정착하게 했을까 했던 그 궁금증의 답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인생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높은 건물 속에 둘러싸여 세계 최고의 편의를 제공하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도, 대단한 뉴질랜드 자연 속에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진영이도.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가고, 모험한 내 친구가 그저 기특할 뿐.

숙소 앞 풍경


글을 다 쓰니 해가 저물었다. 어김없이 저녁이 되니 비가 내린다. 낮에는 청명하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비가 오고 쌀쌀하다. 그래서 뉴질랜드에는 사계절 옷이 공존하나보다. 한국은 겨울이 시작되었다던데.. 추위는 정말 싫지만 롱패딩은 좋으니!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여행의 또 하나의 묘미이지. 이번 추억의 힘으로 한국 돌아가 또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나답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