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의 북극성은 어디인가
평균 기대 근로 기간이 37.2년으로 길어진 커리어 시계에서 고작 7년 차를 중니어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만년 루키인 시절도 아니므로 나의 커리어에도 북극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EU 평균 기대 근로기간은 37.2년이고,
지난 10년 동안 34.8년에서 37.2년(+2.4년)으로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 더 증가하겠지? 이러다가 평생 일만 하겠네^ㅠ^ 아이 좋아.
이전 글에서도 토로했듯이, 나는 꽤 불안한 사람이다. 전반적으로는 기분의 등락이 크지 않은 무던한 편인데, 커리어 앞에서는 예외다. (아마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아무리 애써도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곳곳에 상주해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자기 검열이 강한 사람이라 매번 스스로에게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 되묻는데, 오늘 비로소 질문 자체가 잘 못된 우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기용 님의 커리어 그룹 코칭 모임이 큰 도움이 됐다.)
대게 커리어가 불안하면 이렇게 묻는다.
무얼 준비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소한으로 가져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엔 선행학습만 있지 슬프게도 나, 지원이가 없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나다운 삶의 리더십을 갖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삶과 커리어는 불가분의 관계이니까.
(잠시 사견이지만 워라밸을 피지컬리 일과 삶을 완전히 분리하는 개념으로만 이해한다면 오히려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 거다. 나도 한때는 9 to 6 환경이 최고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시절 나는 가장 불안했고 불행했다.)
나 다운 삶의 리더십. 그래서 그게 뭐냐고? 말이야 거창해 보이지만 거창하지 않다.
북극성 지표 4가지.
1.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남의 이목과 만족은 거들뿐이다.
2. 세상은 놀랄 일 투성이다. 도처에 예기치 못할 일들이 수두룩이다. 평정심을 갖자.
3. 단시간에 강한 동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은 없다. 꾸준함과 성실함이 최고의 재능이다.
4.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을 향한 선택을 하자.
커리어의 북극성이라 하니 거창한 마일스톤이나 명확한 시간표가 있는 계획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찍고 싶었던 건 그런 계획보다도, 방향성에 대한 분명한 북극성이었다. (물론 J답게, 올해의 마일스톤도 따로 세워두긴 했다^^ - 이하 J 호소인)
그리고 중니어 7년 차가 된 지금, 여러 선택과 시행착오를 지나오며 든 소회는 하나다. 나답게 오래가기 위해 필요한 건 결괏값이 아니라, 결국 마인드셋이다.
내 북극성 이야기는 이쯤 하고, 이제 제목으로 돌아가 Jun(g)ior’s Trap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인답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니어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건 역량이 아니라 태도라고 생각한다.
중니어 단계에 접어들면 그동안 나를 지탱해 주던 역량 기반의 강점은 자연스럽게 한계에 부딪힌다. 위에서 내려온 프로젝트의 일부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완벽하게 수행하기. 이 지점까지는 대부분의 성실한 중니어들이 도달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조직에 더하기는 할 수 있지만, 곱하기는 하지 못한다. 역량으로는 기여할 수 있어도 구조를 바꾸거나 판을 키우는 역할까지는 닿기 어렵다.
무엇보다 역량 중심의 강점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불변의 자산이 아니다. 예컨대 내가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미국에서 나고 자란 네이티브가 팀에 합류하는 순간 그 강점은 순식간에 희미해진다. (영어를 그리 잘하지 않는다.. 그저 예시일 뿐.. 더 잘하고 싶다.. 매일 공부한다.. 꽤 올라왔다..)
환경이 바뀌면, 강점도 쉽게 대체된다. 그래서 중니어의 함정은 여기에 있다. 온리 역량을 더 쌓는 것만으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성장은 정체된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건 스킬 추가가 아니라, 일과 조직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다. (이하 소프트 스킬..)
AI 시대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은 실리콘 밸리 주니어 채용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기용님의 말씀에 따르면, 애늙은이 같은 말 그대로 시니어 같은 소프트 스킬을 갖춘 주니어를. 선호한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애 늙은이 같다는 소리 차암 많이 들었다. 깨알 어필^^)
Top 20 soft skills statistics you should know
85% of career success comes from soft skills, only 15% from technical skills
92% of talent professionals/hiring managers say soft skills matter as much or more than hard skills
By 2030, soft skill–intensive jobs may make up 63% of all jobs
여기서 소프트 스킬이란 오너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결국은 사람/맥락/판을 다루는 능력이다. 이 역량을 갖춘 순간부터 조직을 곱하기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결과를 쌓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결과를 증폭시키는 사람이 되는 거다.
커리어를 회고하고 방향을 잡아갈수록, 나는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리더십은 감투를 쓴 사람만의 덕목이 아니라, 어떤 직책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누구나 고민해 마땅한 소양이라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북극성 지표 4번과 맞닿아 있는 내 인생의 quote을 다시 떠올려본다. 끊임없이 건강한 방향으로 나의 재능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던진 결정적인 질문들이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뿌듯한 일은 없을 거다. 그렇다면 어찌 내 삶의 최종 목적지와 꿈을 단 하나의 직무명으로만 국한할 수 있겠는가.
삶의 의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고 삶의 목적은 그 재능으로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게 돕는 것이다. - 파블로 피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