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영감은 약한 연결에서 비롯된다
최근에 다녀온 재미난 모임에 대해 느낀 바 소회를 간단히 적어보려 합니다.
어떤 모임이냐면요.. 아래 글 읽어보세용
1/
나만의 가설이 있다. 이해관계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은 분명 나와 잘 맞을 거라는 것. 여기서 잘 맞는다는 건 나와 의견이 찰떡같이 맞아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다른 의견을 수용할 유연함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거라는 기대감 같은 거다. (참여 연유를 묻는 한 모임원 질문에 귀하게 답하고 싶어 뜸 들이다 전하지 못한 답을 이제야 전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제가 참여한 연유는 이렇답니다!)
2/
우리는 어쩌면 좋은 주제와 질문이 없어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지 모른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지적인 로망, 더 나아가 지적 허영을 갖고 있을 터. 인간은 본능적으로 더 깊이 사유하고 깊은 곳을 유영하고 싶기 때문이다. 부쩍 늘어난 비슷한 류의 모임도 이런 갈증의 반증이기도 할 테다. 그렇지만 막상 모여도 밀도 있는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좋은 질문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모임의 질문 퀄리티는 매우 훌륭했다. 질문을 받자마자 바로 답이 떠오르기보다는 질문 자체를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답변의 속도 보다 깊이에 신경 썼던 거 같다. 관련 통계를 복기하며 논거를 만들기도 하고, 내 지론과 배치되는 데이터가 있으면 다른 모임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다. 질문이 좋으니 모임원들 답변도 참 좋았다. 모임원들 달변은 질문의 깊이에서 나온다는 걸 실감했다.
<질문>
Q1. 우리 사회가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느끼시나요?
Q2. SNS에서 보정되고 연출된 타인의 모습(외모) 들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Q3. 현재 우리가 지향하는 외모의 기준은 서구적 미의 기준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Q4. 성형은 개인의 자유인가요?, 아니면 사회적 압력의 결과일까요?
Q5. 노화로 인해 갖게 되는 외모의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
역시나 다른 시각을 마주하면 즐겁다. 예컨대 <Q1. 우리 사회가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느끼시나요?> 질문에서 모임원의 새로운 해석이 흥미로웠다.
나의 지론은 외모는 사회적 자본으로 자리매김했고, 외모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통용된 현대 사회에 외모는 단순히 미를 떠나 리터럴리 열심히 사는 사람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것. 외모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인성이나 부지런함을 증명하는 시각적 지표가 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높아졌고 자연히 외모 지상주의의 정도도 싶해졌다는 것.
그런데 다른 모임원은 외모 지상주의가 심해진 게 아니라, 외모의 하방이 상향 평준화 되었고 외모를 가꾸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회적 통념이 되어서 오히려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좇거나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
4/
참 모순적인데, 강력한 영감은 대게 약한 연결에서 비롯된다. 익숙하고 깊은 관계도 좋지만, 나랑 다른 궤적을 그리는 사람들과 느슨한 접점이 사고의 지평을 엄청 넓혀준다. 의도적으로라도 약한 연결의 빈도를 늘려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모임은 꽤나 흡족스러운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만은, 영특한 커넥터 역할을 톡톡히 한 호스트를 샤라웃 하고 싶다. 대화 흐름과 질문 온도를 정교하게 조율해 준 덕분에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자정 넘어서까지 내가 집에 가지 않았다는 건 자리가 정말 즐거웠단 말이다.. 남은 분들 중 몇 분은 대화하다 날 샜다는 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