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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Jun 21. 2023

뱃놀이

한솥밥 먹고사는 남편과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하느라 항상 시간을 쪼개고, 남편은 현재를 즐기고 살기 위해 늘 느긋한다. 나는 항상 바쁘고 시간이 없어 내 몸이 두 개면 좋겠단 소리를 입에 달고 살고, 남편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한가하게 고민한다. 

한집에 살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두 사람이다. 


남편은 해마다 벡스코에서 열리는 요트 박람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더니,

"보트 하나 사서 엄마 태워줄까?"라고 때만 해도 "뽀 엄마 자외선 싫어하니 예쁜 아가씨들 태우고 다니세요~" 하고 말았다. 몇 년 전 조정면허를 딸 때만 해도 정말로 보트를 산다는 얘기를 줄은 몰랐다.  


요트경기장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의 보트들이 즐비하다. 

다행히 수요보다 공급이 적으니, 배를 사는 사람은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편이라 보트를 사더라도 돈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더 다행인 것은, 남편의 작은 간은 가장 작고 가장 싼 보트를 선택했고, 말리면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직감에 더 이상 만류하지도 못했다.


몇 달 전 남편은 첫 보트의 단점이 보완된 두 번째 보트로 갈아타기를 했다. 

주말에 남편의 현재에 동참하기 위해서 없는 시간의 자투리를 내어 뽀, 뿌와 함께 요트경기장으로 갔다. 



뿌는 달리는 자전거에서도 몸을 세워 세상 구경을 즐기는 간이 큰 녀석이다. 그런데 꿀렁꿀렁 거리는 요트경기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무서운 듯 바닥에 납작 엎드려 꼼짝을 않는다. 보트 위에서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고 38도를 웃도는 더위에 아이들은 기진맥진이다.  

뽀, 뿌의 컨디션으로 보아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까지는 무리인 듯하여, 이번에는 보트 구경만으로 뱃놀이를 마쳤다. 





이사 온 지 몇 달이 지나도록 남편과 함께 테라스에서 차 한잔을 못 했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보자는 말에 삼겹살을 구웠다. 밥상이 차려지는 동안 아이들은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빨리 한 점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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