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으로 이사 온 후 엘리베이터를 안타도 되니, 드나들기가 너무 편하고 좋다.
수술 전 의무감이 강했던 산책은 매 순간순간 가슴이 저리도록 행복한 외출로 변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내 곁에 숨 쉬고 있는 뽀와 함께 거리를 거닐며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개구리 소리와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게 되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숨 쉬는 하루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았을 때, 그동안 난 너무 많은 것을 가졌음을 몰랐고 너무 행복했으나 느끼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얼마 전 옆집에 사는 큰 개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이후 그 집 현관을 지날 때마다 냄새를 맡기도 하고 친구에게 뽀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듯 현관문을 향해 멍멍 짖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유모차가 2층이네", "아이 귀여워라~", "원래 유모차에 양산이 달린 거예요?" 어김없이 한 마디씩 한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은 "네가 나보다 낫네~" 하며 웃으신다.
우리는 핫도그 가게로 직진했다. 한 개는 남편 몫으로 남겨두고 한 개로 예쁜 파라솔 아래에서 셋이서 나눠먹었다. 뽀의 건강을 생각하면 설탕 뿌린 핫도그가 웬 말이겠냐 만은, 오늘은 즐거운 일탈을 하기로 했다. 역시 일탈도 핫도그도 꿀맛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뽀의 모습을 내 눈에만 담기는 너무 아까워 숱하게 사진을 찍었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각도를 돌려도 보고 내 아이의 눈망울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해 질 녘을 택했으나 두어 시간 공원을 돌았더니 아이들도 나도 벌써 더위에 지쳐서 집까지 걸어가기는 무리였다. 남편이 공원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와서 우리를 픽업했다. 집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공원에서 산 핫도그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산책하는 동안 약간 눅눅해졌으나 맛보다는 내 정성에 남편은 감동받았으리라.. 혼자 생각한다..ㅋㅋ
늘 그렇듯 휴일밤에는 잠들기가 싫다. 자고 나면 또 하루가 지나간다는 아쉬움이 전날부터 밀려와 다시 뽀를 안고 산책을 나선다. 밤 산책을 하고 나서야 보람찬 하루를 보낸듯한 뿌듯함이 든다.
오늘 하루 뽀를 위하여 세 번의 산책을 했으나, 정확하게 말하면 나를 위한 산책이었다. 매 순간 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고마움은 행복 그 자체가 되었다.
역시 무리였다. 저질 체력인 나는 세 번의 산책 즐거움은 누렸으나, 이윽고 몸살이 나고 말았다. 역시 하루 세 번은 무리였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