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그 보다 더 약자

by 장성수

중앙경찰학교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고난한 경찰 수험생활을 거쳐, 그 중 운이 따르거나 더 많은 노력을 한 이들이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다.

경찰관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을 보상받는 기분도 들테고,

무엇보다 수험생 신분을 벗어났다는 것이 기쁠게다.

우리 사회에서 수험생이란 위치는 항시 불안하고 을 중에 을이기에.


중앙경찰학교 입교생은 매 기수마다 차이는 있으나 2,300명에서 2,400명 내외이다.

이들은 약 7개월 가까운 기간을 중앙경찰학교 교육시설에서 교육받고 생활관에서 합숙하며

사회와 다른 통제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평가에 노출된다.

즉, 수험생이란 위치에서 다소 개선됐지만 중앙경찰학교 교육생으로서 을의 위치를 다시 점하게 된다.


통제된 생활 그리고 다양한 평가에 노출되다 보면 누구나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이 스트레스를 다소 해소해 주는 것이 중앙경찰학교 구내식당이다.(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구내식당에 근무하시는 수많은 여사님 그리고 조리사, 영양사님의 수고로움으로 맛있는 식사가 제공된다.

물론 개인의 취향 또는 그 날의 메뉴, 재료에 따라 맛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중앙경찰학교 구내식당 밥은 어느 공공기관에 비해 맛있다고 생각한다.


구내식당 출입문 가까운 곳에는 그 날 식사에 대한 만족표 평가판이 부착되어 있다.

대다수의 경우, '맛있다, 감사하다, 최고' 등의 답변이 달리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달리는 경우도 있다.

어찌보면 부정적인 평가가 구내식당 식사의 질의 높일 수 있기에,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던 어느 날, 만족도 평가판에 다소 선을 넘는(?) 부정적인 표현이 담겼다.

평가는 평가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개인적 의견을 작성하는 것이기에 이를 제지할 수 없지만,

착찹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강단에 서서 교육생들에게 말했다.

"이 학급에 위 표현을 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에 이 학급에 그 교육생이 있다면 그 교육생에게 전달한다. 만약 너희들의 선배인 교수요원이나 행정요원이 수업이나 업무 중에 너희들에 실수를 했거나 기분에 들지 않는 언행을 했다면, 위와 같은 표현을 할 수 있겠나."

"이런 표현을 해도 너희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너희들 모르게 구내식당 여사님들을 만만하거나 낮게 보아서 위와 같은 표현을 과감하게(?) 한 건 아닌가"

"너희가 현장에 나가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보다 타인에 비해 힘든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주로 만나게 된다. 너희들이 이 분들은 만날 때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감정에 그 분들을 상대로 내심 만만하게 보거나 깔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찰은 사회적 약자에 든든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소동(?)으로 상처받았을 여사님들과 조리사, 영양사님의 얼굴에 떠올랐다.

부족하지만 죄송스런 마음을 담아 편지를 작성하여 영양사님을 대표로 전달했다.

맘고생을 하였을 영양사님, 여사님들의 표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스쳐갔다.

미안함에서 고마움까지.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보다 약자라고 느껴지는 집단에는 쉽게 험한 표현을 하게 된다.

누구나 을이 된다. 을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군가를 함부로 할 권리는 없다.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게 난 또 꼰대력 1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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