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1차 (3) - 드디어 나도 1차 완료자
10월 22일 오후 4시 시점으로 나의 항암 1차는
막이 내렸다.
버킷림프종으로 그 공격 양상이 매우 뛰어난 암 녀석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긴 2주에 걸쳐 항암을 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 끝이 났다.
예정된 6개월의 대장정에서 한 번이 끝난 게 참 감사한 일이라 생각이 들고 정말 위태로운 부작용이 오진 않아 그것 또한 너무 감사하다.
진짜 아프고 나니 모든 일에 참 감사하다..
그래도 부작용은 부작용이라고 먹었다 하면 위장에
돌이 커다란 게 들어앉은 듯 딱딱하게 굳고
뒷목부터 관자놀이까지 머리가 땡땡하게 당기면서
극심한 두통이 이어졌다.
물만 마셔도 헛구역질하는 게 너무나 고역이다.
음식은 영양제로 대체해도 된다지만 수액으로는 그 독한 항암제가 방광 출혈과 신장 파괴를 촉진시켜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물이 병 안에 출렁거리는 모습만 봐도 구역질이 심하게 올라왔다.
음식 섭취와 수분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잠도 설치니 이틀 만에 살이 5kg가 빠져 55kg가
되었다.. 다리는 앙상해지고 뼈마디가 다 보였다.
정말 비참했다.
그래도 끼니때마다 먹어야 산다고 무서울 정도로 완강한 어머니를 보면서 정말 죽으면 안 된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고 다그치며 먹을 수 있을 만큼 먹고 버텼다.
그렇게 버티고 나니 신도 불쌍했는지 며칠 이어지던
부작용이 사그라져 조금씩 정상식도 먹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암에 걸리고 나니 시도 때도 없이 얘기를 하는 거지만
아프지 않고 짜증 가득했던 일상이 너무 그립다.
그 짜증은 내가 좀 더 수고로우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걸 모르고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하며 살았었다.. 후회한들 어쩌하겠는가 암에 걸렸고 난 다음 달에 또 독한 항암을 맞고 사경을 헤맬 거다.
그런 일상이 펼쳐져도 그 속에서 숨 쉼의 의미와
소중함을 찾는다면 그거면 됐다.
늘 웃는 게 아닌
지금처럼
울더라도 다시 웃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