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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기의 달콤한 착각

"식물 개봉기 맞습니다...

by Greedy

그녀를 처음 본 건, 카페에 올라온 사진이었다.

짙고 강렬한 색감, 선명하게 드러난 결.

많은 사람들이 예쁘다는 댓글을 남기면서도, 속으로는 욕망을 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갖고 싶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내가 주는 물로 몸을 적시고, 촉촉해진 잎을 직접 쓰다듬고 싶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분양 생각 있으신가요?"


곧 답이 왔다.

그녀의 가치는 예상보다 높았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그녀를 가질 수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녀를 맞이하러 가는 강남 고속터미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복잡한 공간.

하지만 내 신경은 오직 한 곳, 그녀가 도착하는 버스에만 쏠려 있었다.


"택배 찾으러 왔습니다."


덤덤하게 말했지만, 손끝이 살짝 떨렸다.

직원이 건넨 상자는 새하얀 아이스박스였다.

차가운 표면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살짝 흔들어 보니, 안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흥분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지하철을 탔다.

추운 날씨에 혹여나 뿌리가 다칠까 봐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포장 속에 있는데도 그녀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머릿속에는 이미, 손끝으로 만지는 순간의 감촉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침내, 개봉의 순간.

집에 도착하니 또다시 손가락 끝이 살짝 떨렸다.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겉 옷을 벗어던지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상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테이프를 떼어내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서두르지 않았다.

마지막 보호 포장을 벗겨내자, 마침내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깊고 짙은 색감, 반짝이는 결.

빛을 받아 은은하게 퍼지는 윤기.

나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닿아 보았다.

촉촉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묘한 감촉.

내 손길에 반응하듯, 잎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도 나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나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상태 보니까 바로 해도 괜찮겠다."


- 샤워실로 데려가, 분갈이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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