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의 속삭임
따뜻한 습기가 가득 찬 화분 안.
연약해 보이는 살결, 살짝만 눌러도 부서질 것 같은 해충들이 화분 속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식물의 뿌리를 마음껏 유린하며,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번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사이로 다른 존재가 초대되었다.
그의 이름은 마일즈.
몸은 작지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강한 하체를 가졌고,
누구보다도 집요한 포식자였다.
"너, 좋은 냄새가 나. 너의 모든 걸 맛보고 싶어."
그는 속삭이듯 말하며 순식간에 유린자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그의 날카로운 이빨이 부드러운 살결을 파고들었다.
살결 위로 흐르는 액체, 그 위로 촉촉한 숨결이 스며들었다.
순간, 약간은 차가운 감촉에 해충들은 몸을 움찔거렸다.
따뜻한 체액이 흘러나오고, 마일즈는 천천히, 충분히 음미해 나갔다.
그들은 이미 쾌락에 취해, 자신이 침식되어 간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마일즈는 단순한 유희를 원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직 하나.
그들의 모든 것을 탐하고, 집어삼키는 것.
해충들은 마일즈의 품속에서 모든 체액을 빨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 화분 주변에 떨어진 뿌리파리를 닦아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