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아무나 하나
거의 25년을 육아에만 전념하다 드디어 나에게 시간이 주어졌다. 두 아이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나니 오롯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엔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맛집을 돌아다니며 한량처럼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런 시간들도 그동안 나의 제한된 자유 시간들을 보상받는 듯하여 행복함을 느꼈다. 하지만 '놀아본 놈이 잘 논다' 더니 그 행복감은 점차 시들해졌다. 게다가 갱년기가 겹쳐 체력도 따라주지 않아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내 몸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병원을 다니며 여기저기 고장 난 곳들을 치료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주어진 시간 중 지금 현재가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소중한 시간들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졌다.
먼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꿈을 살며시 꺼내 보았다. 글쓰기 상을 곧 잘 받았던 학창 시절의 추억들도 나의 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일단 글을 써보고 싶다는 꿈은 저 밑바닥에서 꺼내 놓았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그러던 중 평소 눈여겨보아 왔던 브런치 스토리에 좋은 기회가 있어 작가 등록을 도전하였고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여러 공모전에도 응모해 보았다. 비록 당선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들었지만 나에겐 모두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글을 쓰면서 문맥이 매끄럽지 않아 불만족스러웠을 때나 맥락상 꼭 필요한 단어나 글이 '딱' 떠올라 끼워 맞춰졌을 때 느끼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하였다. 그렇게 조금씩 글을 써 오다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는 소설이나 에세이와 다르게 짧은 글 속에 많은 구성 요소들을 담아야 하여 지역 센터에서 지원하는 동화 글쓰기 강좌를 듣기 시작하였다. 강좌가 마무리될 즈음에 창작의 고통을 감내한 대가로 어찌어찌 한 편의 동화가 완성되었다.
동화 원고 공모전에 응모하여 한 출판사로부터 반 기획 출판 제의가 들어왔다. 그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쁜 마음에 출판만 된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제의를 받아들이려 하였다. 그러나 며칠 동안 제안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니 책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색감의 수를 줄여야 한다든지 그림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등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방향과는 약간의 괴리감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출판사 측에 정중히 출판을 거절하였다. 나는 그나마 나에게 온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린 건 아닌지 후회와 허탈함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물러설 순 없었다.
' 내가 직접 나의 동화책을 만들어보자 '
'하고자 하면 길이 보인다'라고 했던가? '캔바'로 동화책을 만들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프로그램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나의 그림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점점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꼭 종이책을 출판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전자책을 먼저 출간해 보기로 마음먹고 '내 안의 네 잎클로버'라는 제목의 전자책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회 '작가의 끔을 찾습니다'를 전시할 즈음엔 나의 첫 동화책이 전자책으로 출시되어 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브런치 스토리'였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슬로건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 후 동화 작가 도전까지 이어져 전자책으로 처녀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아직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너무 부끄럽고 미약하지만 처음 브런치에서 달아준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좋은 글을 써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