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물들다

윤슬 자작시

by 윤슬


우리나라 사계절 중 '가을'은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무덥고 기나긴 여름이 언제쯤 끝나려나

기대하게 만드는 계절...

덥지도 춥지도 않고 주변은 아름다운 색감으로

가득 차는...


그런 가을이 좋다.


유난히 짧게 느껴져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제 곧 '비' 라도 한번 내리친다면

나무들은 볼품없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내밀고

외롭게 따뜻한 봄을 기다리겠지...


“그런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에 마음껏 물들어가자”


인생에서 가을은 언제쯤일까?

아마 중년 이후의 삶을 의미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래서 또 한 가지

가을이 좋은 이유이다

가을을 닮은 이유이다.


“그런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에 마음껏 물들어가자”


가을단품_20251111_161158777.jpg 가을 단풍


가을에 물들다

by 윤 슬


한여름 작렬했던 태양

맞서기라도 하듯

온 세상이 붉게 타오른다

햇살 스미는 곳마다

바람 스치는 곳마다


식지 않을 것 같던 젊음

열정의 순간 잊지 말라며

화려한 흔적을 남긴다

눈길 가는 곳마다

마음 닿는 곳마다


총기 잃은 눈빛

원숙함으로 채워가고

열정보다 깊은 지혜가 담겨

보이지 않는 길

더 이상 두렵지 않아


홍조 가득 낯빛

주름지고 흐려졌지만

한여름 뜨거웠던 마음

고스란히 남아

천천히 가는 발걸음

더 이상 초조하지 않아


젊고 뜨거웠던 날들의 씨앗

올곧은 열매로 여물어가고

깊고 단단한 뿌리내리네

혹독한 겨울 이겨낼 용기 주네


빛처럼 변하는 세상

발맞추며

담대하게 나아가라 하네


이제,

가을이 오는 걸 두려워 말라

서슬 퍼런 젊음과 맞바꾼

아름다운 이 계절

마음껏 가을에 물들어가자


거울 속 내 모습

곳곳엔 뜨거웠던 흔적들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았네

어느덧 가을에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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