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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May 05. 2021

불안과 두려움, 미지의 백신세계

우리 역사속의 백신

2020년 1월 19일, 중국에서 국내로 입국한 35세의 중국인이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며 한국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른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여파는 가라앉을 줄 모른다. 지난 2월 26일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에 있는 만 65세 미만의 입원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첫 번째 백신접종을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당초 보건 당국이 가을까지 국민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해 코로나19와의 긴 전쟁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처음 도입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백신’이 주는 두려움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주로 접종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으로 혈전 증상 등이 보고되며 백신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건 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과 혈전 증상 사이의 명백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새로운 백신을 받아들여야 하는 국민의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듯하다. 접종 이후 새로운 내일을 맞게 될 거라는 설렘과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려움이 공존하는 백신, 백신이 우리의 역사에서 어떤 설렘과 두려움을 줬는지 그 역사를 파헤쳐보자.



백신, 그 시작은

사전적 의미의 백신은 사람이나 동물을 자동적으로 면역하기 위해 쓰이는 항원을 의미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병원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지만 병원체가 없어 오히려 특정 질병 혹은 병원체에 대한 후천성 면역을 부여한다. 백신 접종을 받게 되면 몸의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고, 접종된 백신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질병 또는 병원체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백신이 ‘백신’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건 언제부터일까.



루이 파스퇴르와 백신(출처 : 한국파스퇴르연구소)


1881년, 루이 파스퇴르가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착안해 백신(Vaccination, 종두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원전 1600년부터 관련된 기록이 존재하던 천연두는 인류 최초의 전염병이었다. 천연두는 대두창, 소두창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한 번 감염되면 온몸에 수포와 농포가 퍼지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인류에게 매우 치명적인 1급 전염병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인류를 고통스럽게 했던 천연두의 백신은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와 비슷한 우두균을 주입받은 사람이 천연두에 면역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제너는 천연두의 영구박멸을 위해 대중적인 예방접종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천연두에 대한 면역을 형성하는 방법을 알면서도 외면한 대가로 1950년대 초반에는 매년 5천만 건의 천연두가 발병했다. 1958년부터 WHO는 전 세계적인 천연두 박멸운동을 주도하며 18세기 제너가 발견했던 것과 매우 유사한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이때 접종된 백신은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95% 일치하던 우두 바이러스로, 접종 이후 몸에서 생기는 우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천연두 바이러스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었다.



WHO, 천연두와의 종전을 선포하다 (출처 : WHO세계보건기구)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979년 12월, WHO는 공식적으로 천연두 바이러스의 종식을 공표했다. 천연두가 인류와 역사를 같이 한 지 7천 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 최초의 백신 접종

별헤는 밤 윤동주, 종두 지석영, 삼십삼인 손병희. 글자만 봐도 자연스레 멜로디가 떠오르는 이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5절에 등장하는 지석영이 ‘종두법’을 도입한 것이 백신 접종의 시작이었다. 한의학과 특히 천연두 치료법에 관심이 많았던 지석영은 한의학 공부만으로는 치료법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에 아버지의 친구 박영선이 수신사 수행원의 자격으로 일본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사용하는 천연두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서양 문물 수용에 폐쇄적이었던 조선과 달리 일본은 서양 문물에 대단히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제너가 발견한 천연두 치료법을 배우기에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부탁을 잊지 않은 박영선이 서양의 종두법을 배우고 『종두귀감』이라는 책을 전해줬다. 혼자 공부하던 지석영은 부산에 일본인이 세운 병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으로 가 두 달간 종두법을 실습하고 두묘와 종두침, 오늘날로 따지만 주사약과 주사기를 얻어 마을 어린이 40명에게 처음으로 우두를 접종해 치료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지석영은 공부와 실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1880년에는 수신사의 일행으로 두묘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다녀오고, 1885년에는 『우두신설』을 써내 오랜 경험과 연구의 산실을 후세에도 전하기 위해 애썼다.


수많은 어린이들을 천연두의 고통에서 구한 종두법과 지석영(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렇게 전해진 천연두 치료법과 백신 개발을 위한 노하우들은 수많은 어린이들이 목숨을 지키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했다. 지석영이 한국 땅에 종두법 시술을 뿌리내리면서 한국에도 ‘예방접종’의 개념이 도입됐다. 1954년 ‘전염병예방법’을 제정한 뒤 1957년부터 시행했고, 2009년 12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해 시행되고 있다. 홍역, 수두, 파상풍, 결핵, B형간염,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감염병 등을 필수예방접종 질병으로 규정해 접종받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백신

우리나라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얀센 백신을 채택해 접종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 백신’으로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의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항체를 형성하도록 한다. 바이러스가 직적 체내에 주입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백신보다 비교적 안전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백신인 만큼 구체적인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가장 많이 접종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의 경우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이자 백신에 비해 유통 및 보관에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바이러스벡터 백신으로 체내에 주입된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해 우리 몸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면, 이 면역반응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을 획득하게 된다. 이때 체내에 주입되는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인체에 무해한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사용한다.


백신접종 현황, 2021년 4월 11일 자정 기준 (출처 : 질병관리청)



정부는 백신별 공급 시기, 효능 및 안전성, 보관 및 유통조건 등을 고려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와의 심의를 거쳐 어떤 백신을 어떤 대상에 먼저 접종할지를 결정한다.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우선순위에 따라 백신접종 시기와 접종 백신종류를 분류해 지난 2월 26일, 첫 접종을 시작했다. 40여일이 흐른 4월 11일 자정을 기준으로 1회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약 115만 명, 2회차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은 약 6만 여명이다.



백신접종 이득과 백신접종 위험 비교(출처 : Potential Benefits and Harms of AZ Viccine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혈액응고장애 자문단)


지난 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희귀혈전증과의 인과성 논란이 제기되자 사전 예방 조치로 특수교육·보건교사,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을 보류했다가 12일 재개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백신접종 이득과 특이 혈전증 발생 등으로 인한 위험을 비교한 결과, 접종 이득이 위험을 상회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재개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30세 미만의 접종은 계속 보류되는데, 30세 미만은 접종이득보다 희귀혈전증 위험이 더 크다(접종 이득은 2.8, 위험은 4.0)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원래 백신이라는 것이 처음엔 두렵고 공포스럽기 마련이다. 처음 마주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만든 백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섭고 두려운데 근육통, 혈전 등의 부작용 사례까지 보고되니 그 두려움이 커지는 것은 더욱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질병관리청은 접종되고 있는 백신에 대한 정보와 관련되어 보고되는 부작용 사례에 관한 내용을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백신접종 계획을 세울 때도 위험지수와 접종이득 지수를 함께 비교해 보다 합리적이고 안전한 접종을 위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인체,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예민하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로 인한 백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오히려 백신에 대한 적대감만 키울 뿐이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접종이 진행되는 현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코로나19와의 종전을 선언하게 될 그 날을 기다리는 것이 어떨까.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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