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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May 28. 2021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보내는 편지, 우정총국

한국 최초의 우체국



편지를 쓴다는 것은 은근히 귀찮은 일입니다. 그런데 쓰는 것과는 달리 받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문자 메시지가 편지의 역할을 대신하는 현대 사회에서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압도적인 감성이 있으니까요. 어디 감성뿐이겠습니까, 택배랑 같이 받으면 행복이 더해져 정신없이 택배 상자를 뜯게 하죠. 이처럼 우체국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뭔가 따뜻하지 않나요? 그런데 마음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우체국은 경제, 사회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을 통해 한국 우정 업무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홍영식(1855~1884) |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서재필 | 우정총국 설치(1884)



우선 한국 우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홍영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병조참판이었던 홍영식은 1881년 신사유람단으로 일본에, 그리고 1883년에는 보빙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파견되어 신문물을 접하고 우편 제도가 근대 사회의 핵심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강력히 조정에 건의하였고 고종21년(1884년) 음력 10월 1일에 우정총국이 설치되어 한국 최초의 근대식 우편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20일만에 개국 축하연을 계기로 일어난 갑신정변 때문에 폐쇄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이후 1895년에 다시 우정 업무가 재개되었고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며 우편 조직은 확대되었습니다. 초기엔 조선 내 일본인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지만 점차 전쟁과 자금 조달, 보급을 위해 운영되던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파괴되었던 통신시설이 복구되고 1951년 광화문 우체국을 시작으로 다시금 시작된 우편 업무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우체국 택배와 IT 전자우편, 국제배송 등 최신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우표 | 제1회 집배원의 날 기념 우표



“우리나라가 각국과 통상을 한 이래 내외의 관계와 교섭이 날로 증가하고 관청과 상인들이 주고 받는 통신이 번성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편의 시설이 없으면 원근을 막론하고 소식을 연락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에 명하노니, 우정총국을 설립하여 공사를 이롭게 하라”


위 내용은 승정원일기에 기록되어 있는 고종의 지시입니다. 전근대 사회에서 우편이 가지는 중요성과 역할은 얼마나 컸을까요? 미국에선 우체국의 중요성을 일찍이 파악하여 건국 전에 이미 우편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보 전달은 도로의 발전을 가져왔고 동부에서 서부로 약 17일 만에 뉴스가 대륙을 횡단했습니다. 정보의 확산과 교통의 발전이 바로 홍영식이 보았던 국가 발전의 미래였던 것이죠.


마찬가지로 개항 후 통상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조정과 상인들 간의 신속한 통신이 중요했습니다. 외교뿐만이 아니라 일반 상거래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전국을 통합하는 역할을 했으며 정보의 전달을 빠르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합병하고 우체국을 활용해 식민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기존에 말을 통해 전달하는 서신이 존재했지만, 대부분 외교, 군사와 관련된 업무용으로만 사용되었고, 양반들끼리 하인을 시켜 전달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일반 백성들은 이용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었는데요, 요금만 낸다면 누구나 소식을 전하고 들을 수 있는 민주적인 제도가 한국에 도입이 되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합니다.



2011년~현재의 우체통


근대화를 시도하던 조선 후기에 설치되어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는 우체국은 지금은 신식 문물로써의 위상이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을 구석구석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며 우체국은 최신 기술을 도입해 업무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데요, 전기자동차 활용과 자율주행배송, 그리고 드론을 활용한 배달입니다.


상업 활성화의 촉진과 정보 전달의 기능을 지나 이제는 따뜻한 마음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우체국. 비록 시작은 순탄치 않았지만, 홍영식이 염원했던 조국의 발전을 넘어 모든 국민들의 삶에 뿌리 깊게 내렸습니다. 서로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사회적인 통합을 이루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겠죠. 우정총국은 그래서인지 보기만 해도 웅장하기보다는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엔 부모님께 편지 한 통씩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참고자료 및 출처 |

- 네이버 지식백과

- 국가기록원

- 승정원일기 http://sjw.history.go.kr/search/inspectionDayList.do

- 우정사업본부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Isaac Chotiner, ‘The importance of the post office to American society’, The Newyorker, 2020.

- 남찬기 외, 「우편 사업의 국민경제적 기여도 분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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