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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Jun 02. 2021

철이 없었죠, 커피 맛에 뒤늦게 눈을 떴다는 게...

한국 커피의 역사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3위를 기록했습니다. 커피가 한국에 들어온 지 고작 120년밖에 안 되었는데 신기한 일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누구처럼 커피가 좋아서 에티오피아로 유학을 가는 사람이 많지도 않을 텐데요. 아무튼 전국 어디를 가도 이젠 편의점보다 카페가 더 많이 보입니다. 게다가 카페에 단순히 커피 한잔 마시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죠. 공부, 간단한 업무, 소개팅, 식사 후, 정보 교류, 독서 등 목적이 무조건 있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문화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최초의 카페에서 시작하는 한국 커피의 역사에 대해 보겠습니다.


구 러시아 공사관 정면 | 구 러시아 공사관 후면


어떻게 보면 1896년에 있었던 아관파천이 커피의 시작이기 때문에 사건의 경과를 보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어 청으로부터 랴오둥반도를 할양받고 대륙으로 진출할 준비를 하죠. 하지만 일본이 대륙으로 들어오는 것을 견제한 러시아는 프랑스와 독일과 함께 랴오둥반도를 반납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랴오둥반도가 청의 수도와 가깝기 때문에 청나라가 위험할 수 있으며, 이는 조선의 독립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기에 극동지방의 평화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막 전쟁을 끝낸 일본은 서양 열강들의 견제를 무시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랴오둥반도를 다시 반납했죠. 조선에선 이러한 상황에 고무되어 명성황후를 필두로 하는 친러 세력이 서서히 득세하기 시작합니다. 친일 세력이 축출되고 약해지자, 신임 일본 공사 미우라는 1895년 민비를 살해하는 을미사변을 일으킵니다. 국모가 시해당했다는 사실에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수도 경비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바로 이 틈을 타서 자신도 암살당할까 불안했던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게 되죠.


덕수궁 내 위치한 정관헌의 측면 | 정관헌의 정면 | 정관헌의 내부


상당히 커피를 좋아했다고 알려진 고종은 아마 이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다시 경운궁(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궁 내에 귀빈들을 초대해 연회를 열거나 혼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 위한 공간으로 정관헌을 설치합니다.


정관헌은 현재 남아있는 최초의 서양식 건물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자세히 보면 러시아 건축의 특징과 대한제국의 아이덴티티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를 예로 본다면, 정관헌 바깥에는 베란다가 있습니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식인데 재미있는 건, 테라스는 서양식이지만 장식하고 있는 문양은 전통적인 한국의 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불 호텔 터 | 손탁 호텔 내부


아무래도 커피를 판매하진 않았으니 정관헌을 카페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습니다. 최초의 카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지만, 후보를 둘로 좁히면 대불 호텔과 손탁 호텔이 되겠습니다. 대불 호텔은 1883년, 지금의 인천항인 제물포가 개항하고 외국인들이 들어오며 서울로 가기 전에 묵을 곳이 필요해지자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호텔입니다. 확실한 기록은 없지만 서양식 식사가 제공된 만큼 커피를 팔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네요. 손탁 호텔은 1902년, 러시아 공사 베베로의 처형인 손탁 여사가 고종에게 신임을 받아 호텔 부지를 얻어 건설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확실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일반인들에게 커피를 팔았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죠.


한국 최초의 프렌차이즈 카페, 쟈뎅 | 스타벅스 이대 앞 1호점의 과거와 현재 | 평창동 더 피아노


점차 다방이라는 찻집이 생기게 되며 대중들의 커피 수요가 증가하였고,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며 군용식량에 포함된 인스턴트 커피가 한국에 들어오게 됩니다. 1980년대 개발된 커피믹스와 커피 자판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1998년 최초의 에스프레소 판매점인 할리스 커피를 시작으로 하여 스타벅스 등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무수히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특정 고객들의 취향을 타겟으로 한 컨셉이 있는 개인 카페들도 많이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커피를 즐기게 되어 오히려 배달 매출액과 원두 판매량이 늘었다고 하네요.


혹시 여러분은 오늘 어떤 커피를 마셨나요? 수많은 종류의 커피가 있지만, 무엇을 마시더라도 여러분이 마신 그 커피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함께하는 짧지만 매우 격동적인 역사를 갖고 있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며 이미 커피를 한잔 마셨지만, 마무리를 하면서 또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이만 마치며, 다음엔 더 흥미로운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참고문헌 및 자료 |

- 네이버 지식백과

- 한국경제

-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 2019_29호

- 서울경제

- 현대사 디지털 아카이브

- 쟈뎅 공식홈페이지

- 스타벅스 코리아

- 평창동 더 피아노 공식 인스타그램

- 해외문화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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