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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May 18. 2021

말이 씨가 되듯이, 언어에는 힘이 담겨있습니다.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며

천안 독립기념관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이라고 하신다면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마침 아까 저녁에 배달 음식을 주문해서 먹긴 했네요. 그렇지만 오늘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한글에 관한 내용입니다. 흔히들 인터넷에서 한민족을 칭하는 다른 말이 있죠. 드립의 민족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말장난과 언어유희를 즐겨 한다는 뜻입니다. 한글만큼 생동감 있는 농담과 표현을 할 수 있는 언어는 전 세계를 통틀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한글은 다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게 지켜온 유산입니다. 오늘은 천안 독립기념관의 자료들과 함께 일제 시기 한글이 거친 험난한 과정과 극복의 역사를 보겠습니다.


보통학교 국어독본 권5 | 보통학교 국어독본 권5의 내용


초대 총독 데라우치는 조선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하급 관리 또는 사무직으로 양성하기 위해 1911년 8월 1차 조선교육령을 발표합니다. 우선 1차 조선교육령의 2장 8조를 한번 보겠습니다.


‘보통학교는 국민교육의 기초가 되는 보통교육을 시키는 곳으로써 신체의 발달에 유의하고 국어(일어)를 가르치며 덕육을 베풀어 국민된 성격을 양성하고 그 생활에 필요한 보통 지식과 기능을 가르친다.’


이 당시 국어는 공식적으로 일본어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일본어를 배운 초등학교 학생들이라면 십 대 후반만 되어도 충분히 간편한 사무적인 업무를 지원할 정도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겠죠. 교과서는 단순하게 일본어에 대한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생활에 필요한 보통 지식과 기능은 실업 교육을 의미합니다. 전문화되고 수준이 높은 지식을 전수하지 않고 단순 업무와 같은 군수공장에서의 노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노동자로 길러내기 위함입니다. 이처럼 1차 조선교육령은 일본을 위한, 충성된 노동자 양성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보통학교 국사 권1 |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6


1919년에 있었던 3.1운동을 통해 조선인들은 고급 교육과 차별 금지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당시 총독이었던 사이토 총독은 표면상으로는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며 1922년 2월, 문화 통치라는 단어로 가장한 2차 조선교육령을 반포합니다. 이 시기 초등학교 교육이 4년에서 6년으로 바뀌었고, 조선인에게도 사범학교 및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일본의 소학교와 비슷한 수준으로 교육의 질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추가된 국사 과목에서는 학생들에게 일본의 역사를 가르치고 식민사관을 주입시켰습니다. 일본어의 수업시간은 10시간, 조선어 및 한문의 수업시간은 6시간으로 일본어에 더 익숙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 시간에는 회화 수업을 하는 반면에, 조선어 및 한문 수업시간에는 회화 과목이 빠져있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일본어가 점점 더 편해졌겠죠. 겉으로는 일본인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한다고 했으나 한국인을 위한 교육 제도는 일본어 사용을 하지 않는 교육이라 하여 차별을 두었습니다.



우리말 큰사전 원고 | 문자보급 교재
현금 조선문전 | 창씨개명 호적부


1938년 3차 교육령, 1941년 4차 국민학교령이 실시되고 이 시기부터 조선어 사용은 금지되고 창씨개명을 강요받았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민간에서는 한글이 잊혀지지 않고 살아있도록 문법책과 기본서를 제작, 발급하였습니다. 일제는 이를 지속적으로 적발해서 탄압을 하였구요. 2018년도에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바로 이 시기 한글을 지키려던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들 역시 독립투사라고 생각됩니다.



중등 조선 말본(1948) | 초급 국어 문법(1950)
1952년 문교부 편찬 국어교과서  |  2015년 개정판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광복 이후, 개정판을 계속 내며 국어 교과서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과목은 바로 국어라고 생각됩니다. 말에는 힘이 있고, 문화가 배어 있으며, 민족의 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어를 탄압했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한글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담겨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겪고 꿋꿋이 살아내었던 한글의 과거를 보고 나니, 기사를 쓰는 이 순간에도 묘한 기분이 드네요. 어쩌면 일본어로 이 기사를 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꼭 한글날에만 한글을 기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글을 마무리하며 자랑스러운 ‘한글’로 유쾌하게 ‘드립’을 치고 싶지만, 오늘은 그냥 한글을 지켜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참고자료 및 출처 |

- 네이버 지식백과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독립기념관

- 우리역사넷

- 미래엔 교과서

- 이영덕, 「조선총독부의 일본어 교육에 관한 一考」, 계명대학교 국제학연구소, 1996.

- 박화리, 「일제강점기 조선에서의 국어정책」,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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