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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Apr 06. 2021

몸은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예비군

창설 53주년을 기념하여


 신기하게 군복만 입으면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신기하게 군복만 입었을 뿐인데 알 수 없는 허세가 온몸을 지배합니다. 더욱 신기한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옆 사람도 그러고 있습니다. 


(왼)예비군들이 도시락 품평회에 참석하여 시식중이다. (출처: 대한민국 육군)  |  예비군 공식 마크 (출처: 예비군 공식 홈페이지)


남녀노소 누구나 과거 회상을 하고 추억에 잠기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 복잡미묘한 기분을 예비군 훈련할 때 느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대부분은 지나가 버려 다시 오지 않는 20대 초반을 기억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것입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이고, 훈련 일정이나 방식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거나 일 년에 한 번은 꼭 참석해야 합니다. 오늘은 그 참석하기만 했던 애증의 예비군과 한국 현대사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왼)1.21사태 직후 체포된 김신조의 모습 (출처: 서울사진 아카이브)  |  제 4주년 예비군의 날 기념식 (출처: 서울사진 아카이브)

  

2021년 4월 2일은 창설된 지 53주년을 맞는 예비군의 날입니다. 예비군 훈련과는 별개로 예비군 창설을 기념하는 날인데요, 역사적으로 예비군 제도 자체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한민국 예비군’이 창설된 결정적인 계기는 존재합니다. 


한국 전쟁이 끝난 후 가장 시급한 문제는 피해복구와 경제 성장이었으나, 안보와 관련된 문제 역시 피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요인 암살과 정보 수집, 주요 시설파괴 등을 위한 간첩 파견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었고 1968년 1월 21일에 1.21 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북한 무장 간첩들이 청와대로 침투하기 위해 서울 세검정 고개까지 내려왔고 전원 체포 및 사살되었으며 1명만 생포되었죠.         


출처) 한국우표포털서비스

전방을 담당하고 있는 병력을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차출하기는 어려운 데다 전선이 아닌 도심으로 침투하는 북한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예비군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다만 비용 문제로 인하여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었으나, 결국 1.21사태를 계기로 창설되었습니다. 1968년 4월 1일에 공식적으로 출범하여 매년 4월 첫째 주 금요일을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으며 각 지방의 민,관,군이 합동으로 지금도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예비군은 창설된 그해 10월, 울진과 삼척의 무장 공비를 소탕하는 작전에도 투입이 되었으며 이 작전에서 예비군들의 노련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예비군을 기념하기 위한 우표를 발행하였고, 예비군은 평시엔 산업역군으로서, 유사시엔 군인으로서 전쟁 이후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던 한국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병력은 크게 상설군과 예비군 둘로 나뉘게 됩니다. 영장이 날아와서 머리 깎고 입대하는 청년들과 평상시에도 군에 소속되어 있는, 통칭 ‘직업군인’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상설군이라고 하죠. 흔히 말해 현역 군인이라고 합니다. 


그럼 예비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전역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종종 몸이 기억한다는 말을 사용하죠. 왼쪽 가슴에 붙은 막대기가 4개로 꽉 채워지는 세월 동안 군 복무를 한 예비군은 당연히 복무 중인 병사들보다 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경험을 썩히긴 아깝겠죠? 그래서 전역을 한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예비군으로 편성이 되며, 예비군 편성해제 후에는 민방위로 편성이 된답니다. 


코로나로 인해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군 훈련장의 모습 (출처: 조선일보)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2020년에는 예비군 훈련이 전원 면제가 되었고 올해도 훈련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의 약 275만 대학생 및 직장인 예비역들에겐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되니 희소식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날이 선 무기라도 녹이 슬면 쓸모가 없어지듯이, 훈련이 계속 취소가 된다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창설된 이래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전투력을 담당해왔기 때문이죠. 현역 군인들보다 예비군의 숫자가 훨씬 많으며, 전투력도 더 높습니다. 


그런 이유로 매년 예비군의 날을 기념하고 녹이 슬지 않도록 1년에 1번씩 훈련을 하는 것이겠죠! 새마을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무장 공비 소탕을 하러 갈 일은 없겠지만, 지금의 세대에도 여전히 안보와 경제 인구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가오는 4월 2일엔 예비군이 한국 현대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게 어떨까요? 무엇보다도 전국의 모든 예비역들, 너무 삐딱하게 주머니에 손 꽂고 있지만 말고 그대들이 대한민국의 핵심 전투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글·기획 |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하단 표기

자료 출처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1892.html (조선일보) 

https://stamp.epost.go.kr/sp2/sg/spsg0102.jsp?tbsmh15seqnum=798&tbsmh01seqnum=2322&page_num=1&mainThemeCode=&stampCode=&yearCode=&strKeyword= (한국우표포털서비스)

 http://www.army.mil.kr/webapp/user/indexSub.do?codyMenuSeq=213347&siteId=army&dum=dum&boardId=419&page=1&command=albumView&boardSeq=38885&chkBoxSeq=&categoryId=&categoryDepth=&search=%EC%98%88%EB%B9%84%EA%B5%B0&column=title (대한민국 육군) 

 https://www.yebigun1.mil.kr/dmobis/rfh/rgt/info/01_03_mark.jsp (대한민국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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