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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Sep 09. 2021

인구로 보는 한국 현대사 - 숫자가 품은 사람이야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숫자, 사람' 관람 후기

전시장 입구 '인구탑'을 오마쥬 한 파사드 전시물


무더운 여름이 한풀 꺾이고 시원한 9월이 찾아왔습니다. 특히나 요즘 날씨는 정말 옷 입고 어디 외출하기 딱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침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것도 요즘 아주 민감한 인구 문제를 다뤘다고 하니, 한걸음기자단인 제가 직접 방문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인구가 폭발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라 상황이 열악했는데 그게 가능했을까 싶지만, 미국에서 많은 식량과 의약품이 지원되고 각종 백신 등의 보급으로 인해 사망자가 급감했다고 합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인구가 급증하자 정부에선 강력한 가족계획을 추진했다고 해요. 인구총조사와 서울을 대상으로 한 도시화계획이 추진되며 많은 사람들이 도심으로 몰리는 이촌향도 현상이 이 때부터 심화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왼)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표어 | 가족계획 홍보 포스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가족계획이 무슨 계획인지 궁금할 수가 있어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루우프 피임법 포스터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가족당 인구 제한 정책을 의미한답니다. 루우프 피임법은 자궁 내 장치 시술이라고 해요. 1960년대 합계출산율(한 명의 여성이 평생 낳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자녀 수)이 무려 6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절반으로 낮추는 세 자녀 갖기 운동이 이 시기 가족계획이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세 자녀 갖기 운동이 진행되다가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즉 두 자녀 갖기 운동을 실시했습니다. 낯이 익어서 포스터를 봤는데 전설의 축구선수 차범근이 등장했네요. 이 시기엔 홍보 수단이 좀 더 다양해졌습니다.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전국적으로 활용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인구가 너무 많이 증가해서 가족계획이 두 자녀에서 한 자녀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남아선호사상이 너무 심해서 여아인 경우엔 낙태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해요. 이 시기 등장한 표어는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딸로 판단말자’ 등이 있습니다. 이 시기 오일쇼크와 정부의 피임정책으로 인해 합계출산율이 2.1명으로 떨어졌으나, 산아제한 정책은 여전히 강력했습니다.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정부는 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며 산아제한 정책을 중지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의 해체가 가장 중요했는데요, ‘90년생 여자는 팔자가 드세다’라는 말까지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백말띠의 해라는 미신 때문에 여아를 낙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여자가 백말띠면 팔자가 드세다는 이유에 대한 근거를 찾아볼 순 없었지만요.



전시관의 마지막 코스에는 흥미로운 설문조사 코너가 있었습니다. 질문 몇 개를 찍어서 가져왔는데요, 한 번 보시고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주4일 근무는 인구반등을 도울 수 있다, 자녀는 꼭 낳아야 한다 등 대화하기 매우 좋은 주제라서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습니다. 친구랑 왔다면 몇 시간은 떠들면서 토론을 했을텐데요. 2021년 현재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1.1명입니다. 1960년대와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죠. 물론 그때와는 아예 다른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겠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며 저 질문에 답해보고, 이유를 고민해본다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전시였어요. 게다가 입장도 무료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와서 약 40분~1시간 가량이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기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을 드리는데요, 연인이 없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친구랑 오셔도 정말 좋으니까요. 친구가 없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혼자서 충분히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니 시간이 되시면 꼭 방문해보세요!!






글·기획·사진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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