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의 역사
더운 여름이 한풀 꺾이기 시작하는 9월이 왔습니다. 마스크까지 끼고 다니느라 더 더웠던 것 같은데요, 이러한 더위와 코로나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던 행사가 있었죠. 바로 도쿄올림픽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올림픽에선 그동안 항상 메달밭이라고 불리던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발펜싱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비난 섞인 목소리도 꽤 나오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실전성 논란과 도장은 보육시설로 전향해버렸다는 비판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꽤나 크답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태권도라고 하면 한국을 떠올리듯, 지금의 k-pop이 있기 이전에 1세대 한류의 선두에 있었거든요. 오늘은 애증의 태권도와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이자 무술이지만, 사실 태권도는 오래된 전통 무술은 아니랍니다. 해방 이후 국내에 다섯 개의 도관이 생기게 되며 처음 등장하게 되었어요. 청도관, 무덕관, 송무관, 조선연무관 권법부, YMCA 권법부 이렇게 다섯 개의 도관이 태권도의 모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는 청도관과 무덕관이 영향력이 가장 컸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전쟁 이후에 각 종파에서도 서로 분리된 새로운 도관이 생기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태권도의 정확한 기원을 알기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화두가 되는 주제인 ‘원조’라는 타이틀이 깔끔하게 명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혼란스러웠던 국내 사정도 한몫했으리라 봅니다.
지금의 태권도라는 명칭이 만들어진 것은 1966년입니다. 3월 22일 조선호텔에서 최홍희 장군에 의해 처음으로 태권도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이전엔 당수도, 태수도 등등 일본 가라데인 공수도와는 최대한 다르게 해야하지만 마땅한 이름이 없었어요. 이 때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 ITF 태권도라고 알려진 태권도의 원류입니다. 대한태권도협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971년 미 대사관, 유엔총회 한국대표부, 박정희 대통령 경호실 보좌관 등을 역임한 김운용이 대한태권도협회장에 취임하게 됩니다. 김운용은 적극적으로 태권도를 국제무대로 진출시켰습니다. 외교관 활동으로 국제 정세에 밝았기 때문에 세계태권도연맹을 창설시켜 국제에서 인정을 받았죠. 국제경기연맹 총연합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태권도가 올림픽에 등장하게 된 첫 관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국제 인사들을 초청해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을 보여주었고, 국내외로 바쁘게 뛰어다니며 태권도를 홍보했습니다. 그 결과 태권도는 88 서울 올림픽에서 야구와 함께 시범종목으로 채택이 되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되었습니다.
올림픽에 채택되고 나서부터는 태권도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채택을 목적으로 하기 위해 안전성을 고려하다 보니 태권도의 원류로부터 형태가 조금 변화했습니다. 우선 돌려차기의 경우, 앞꿈치 혹은 앞축이라고 부르는 부분으로 깊게 찍어차는 것이 최초의 방식이랍니다. 정면이 아닌 사선으로 공격이 들어가며, 체중을 싣기에 몸이 약간 굽어집니다. 최홍희가 군 장성 출신이었기 때문에 병사들이 군화를 신고 발차기하는 것을 고려하여, 군화 앞축이 매우 단단해서 그렇게 고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선 득점이 우선이고 감점은 피하기 때문에 빨리 치고 빠져야겠죠. 그래서 스피드를 위해 발등으로 타격하게 되고 몸은 뒤로 빠지는, 흔히 볼 수 있는 돌려차기가 강세를 이루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ITF 태권도는 몸통 보호대를 차지 않고 글러브를 끼며 안면 타격까지 하죠. 후에 최홍희 장군이 북으로 망명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보급된 ITF 태권도가 이후 한국에서 올림픽으로 채택된 WT 태권도와 만나자 서로 익숙하지 않아 북한태권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태권도는 의도적으로 나뉜 적 없이 원래 하나였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태권도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초창기의 무도 형식을 넘어 올림픽에서 채택된 스포츠로,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예술 공연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유명한 방송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와 CBS에서 진행한 월드 베스트 공연에서 태권도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습니다. 시원하고 통쾌함, 아름다움, 그리고 협동정신과 평화를 담은 메시지에 할리우드 및 미국 예능의 유명 인사들은 극찬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모바일 웹툰 작품에도 등장하게 되며 각종 게임에서도 태권도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태권도는 도를 기본으로 정신수양을 포함한 무술이면서 동시에 점수를 내는 스포츠입니다. 비록 역사가 길진 않지만, 한국을 홍보하는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정이 자꾸 변경되며 현재 올림픽에서 예전만큼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은 안타깝지만,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한 제도를 구상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보다도 외국에서 태권도를 더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취미로 운동을 배우고 싶은데, 어렸을 때 배웠던 태권도를 다시 선택하고 싶네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사진 출처 |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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