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신장을 향해, 여자경찰서
우리 나라 최초의 여자 경찰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는 한 표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바로 ‘서울여자경찰서 터’를 기리는 표석이랍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경찰서(1947~1957)가 있던 곳에 세워진 것인데요.
여자경찰서 터 표석우리나라에서 여자 경찰은 여순경이 철도역에 배치되며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경무부장 조병옥과 경무부 고문 프롬 대령은 여성 피의자의 신체수색이나 여성 범죄자의 감시, 불량소년이나 소녀에 대한 조치, 미아와 노인 등 요구호자에 대한 구호 조치에 여경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는데요.
이에 1946년 5월 15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자경찰관을 모집하게 됩니다. 간부 15명과 여경 1기생인 64명은 2개월간 훈련을 이수한 후 전원 중앙에 배치되었습니다. 또한, 이때 향후 500명의 여자 경찰을 공개모집 형식으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며 여경의 형성이 구체화되었습니다.
여자 경찰과 여자 경찰서의 창설은 여자 피의자나 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최초의 경찰기구로서 일제하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조직으로, 미 군정이 새롭게 신설한 기구였는데요.
1947년 3월 8일, 경무부장으로부터 민정장관에게 제출된 경무부 사무분장에 근거한 ‘경무부 치안국 여경과’의 임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여경 감찰에 관한 사항
② 불량소년, 소녀의 지도 감화 및 취체
③ 부녀자의 풍기 및 수사에 관한 사항
④ 여성범죄 정보수집 및 수사보조에 관한 사항
⑤ 부녀, 소년, 소녀의 유치장 간수에 관한 사항
⑥ 교통사고조사 보조에 관한 사항
여자 경찰서는 인구 집중이 높은 도시들을 중심으로 설치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앞서 표석에서도 언급된 서울 여자 경찰서는 1947년 3월 창설되어 1대 서장은 양한나, 2대 서장은 곽경봉, 3대 서장은 안맥결, 4대 서장은 김정호가 지냈습니다.
양한나 경감 (출처: 경찰청)1947년 3월, 초대 수도여자경찰서장을 역임한 양한나 경감은 1946년 6월, 미 군정 시기 제1기 여자경찰간부로 임용되었습니다. 초대 서장으로서 치안 유지에 힘쓴 그녀는 경찰 퇴직 후에도 고향인 부산에서 자매여숙을 설립, 운영하며 전쟁고아와 정신질환을 앓는 여성 등 소외된 이들에게 평생 헌신하였습니다.
안맥결 총경 (출처: 경찰청)3대 서장인 안맥결 총경은 올해 5월, 경찰청에 경찰 영웅으로도 선정된 바 있는데요. 안 총경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딸로, 어려서부터 투철한 항일의식을 가지고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임시정부 군자금을 모금하는 등 독립운동을 전개하다가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만삭의 몸으로 옥고를 치른 애국지사이기도 합니다. 1946년 여자경찰간부 1기로 경찰에 입직한 그녀는 1961년 퇴직할 때까지 약 15년 동안 서울여자경찰서장, 국립경찰전문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며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치안 유지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여자 경찰서 폐지 당시 고바우 영감 원화(출처: 근현대사 아카이브)한편, 여자 경찰서는 1950년 한국전쟁 후로 폐지 논의가 대두되었고, 결국 1957년 7월, 4개의 여자 경찰서가 폐지되고 맙니다. 비록 여자 경찰서는 시대의 뒤편에 남게 되었으나, 여자경찰관 제도의 창설과 교육은 일제의 앞잡이로 불렸던 경찰(순사)들이 대거 퇴진함으로써 생긴 경찰력의 공백을 메워주었습니다.
또한, 광복 이후 사회의 혼란 가운데서 부녀자나 청소년들의 패륜 행위나 범죄에 대한 지도, 보호, 계몽의 측면에서도 큰 활약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당시 우리 사회의 남존여비사상을 극복하고 여권신장에 큰 공헌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여자경찰관의 활동으로 우리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두한 여성해방이라는 시대 흐름에도 편승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전시를 다 보셨다면, 박물관 앞에 있는 서울 여자 경찰서 표지까지 꼭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글 ·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양여진
참고문헌 |
양동숙, 해방 후 여자경찰제 형성과 활동 연구(1945~1950)
경찰청 홈페이지
국가 기록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