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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Dec 15. 2021

3.1운동 독립선언서는 어떻게 해외에 알려졌을까?

3.1운동 독립선언서의 해외 진출 배경 - 딜쿠샤를 방문하고


저는 추운 게 제일 싫어요. 그렇지만 추울 때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이 있습니다. 그건 또 좋아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부쩍 추워지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올릴 감성 가득한 카페 말고 근현대사와 관련된 장소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3호선 독립문역 근처에는 딜쿠샤라는 미국 가정집의 형태가 잘 보존된 곳이 있습니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붉은 벽돌과 마치 미국에서 볼 법한 형태의 건축 양식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연합통신 통신원이었던 앨버트 W. 테일러 부부가 생전 살았던 가옥인데요,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 많을 거에요. 추운 날씨에 따뜻한 느낌도 받고, 지식도 채울 겸 한번 떠나보겠습니다.


골목길 은행나무 전경
딜쿠샤의 과거모습

앨버트 W. 테일러라는 이름이 낯설텐데요, 테일러는 원래 광산업자였습니다. 조선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테일러는 연합통신(AP)에 의해서 고종이 승하할 당시 이를 취재할 특파원으로 임명되었다고 해요. 사업가이자 기자로서 조선에서 활동을 한 미국인입니다. 요즘과는 다르게 당시엔 일본인이 취업시장에서 훨씬 우대되었기 때문에 일반 조선 서민들은 복지 면에서 매우 열악한 환경에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테일러는 조선인들에게도 기회를 많이 주고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서방 초상화 | 김주사 초상화


메리 테일러는 영국 출신의 연극배우이나, 그림에도 소질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 부부는 조선인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합니다. 공서방과 김주사라는 가정일을 도와주던 이들의 초상화를 그려줬다는 것만으로도 조선인을 노예로 취급하진 않았다는 것이겠죠. 또한 딜쿠샤 내부에는 조선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입니다만, 딜쿠샤와 앨버트 테일러가 조명을 받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3.1운동 독립선언서와 제암리 학살사건이에요. 1919년 2월 28일, 아내인 메리가 아들을 출산하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3월 1일, 앨버트는 우연히 침대 속에 숨겨져 있는 독립선언서를 발견했습니다. 한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앨버트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아챘고, 몰래 빼돌렸습니다. 그 후 3.1운동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서 독립선언서와 함께 동생인 윌리엄에게 전달했습니다. 윌리엄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를 전신으로 미국에 전달했죠.


이용설 3.1운동 증언메모 | 한국의 독립선언에 관한 뉴욕타임즈 기사


뿐만 아니라 그해 4월 15일 수원 제암리에서 만세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조선인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이 역시 앨버트가 사건 다음 날 현장을 방문해서 촬영하고, 생존자를 취재한 기사를 전파했습니다. 조선에 우호적이었던 스코필드, 언더우드와 같은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총독부에 항의 차 방문을 하는 등 독립운동에 도움을 주었다고 해요.



딜쿠샤는 건축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붉은 벽돌을 쌓아 벽체를 만들고 그 벽체가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하며 무게를 지탱하는 벽돌 건물입니다. 하지만 공동벽 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공동벽은 벽돌로 벽체를 세울 때 안쪽 벽과 바깥쪽 벽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일정한 간격으로 벽 사이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벽돌이 양쪽 벽에 맞물리도록 쌓는 방식입니다.


1층 내부(거실) | 2층 계단
2층 거실


이렇게 하면 벽이 구조적으로 일체화되어 안정성이 높아지고, 벽돌과 접착 모르타르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벽 사이의 공간을 통해 단열, 보온, 방습, 방음 등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하네요. 여름 더위에 대비하기 위해 거실엔 넓은 창문과 베란다를, 겨울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각 방에 벽난로가 설치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동벽쌓기는 미국에서 주로 소규모 저택이나 창고에 사용되는 기법이라고 해요. 한국 근대 건축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독특하고 희귀한 건축기법이라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은 딜쿠샤에 대해서 보았습니다. 딜쿠샤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해요. 관람료는 무료지만 사전예약을 하고 가야하기 때문에 이 점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 가서 보시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장소라고 생각이 들어요.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감사합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참고자료 및 출처 |

- 문화재청

- 해외문화홍보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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