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적륜재 Nov 27. 2022

8. 모던 동아시아 독서록

심기일전 다시 시리즈를 계속하며

'내 서재의 구조7. 다른 이름의 코리언 (brunch.co.kr)를 쓴 이후로 3개월이 그저 지나가버리고 그 사이에 다른 주제의 글(안톤 마르틴 펠러의 이야기)을 불쑥 쓰기 시작하다보니, '내 서재의 구조'를 처음에 쓰기 시작한 맥락이 가물해져버릴 정도이다. 하지만 이 글은 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가 내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를 스스로 살펴보겠다고 시작한 것이니만치 조금 더 밀고 나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계기가 되었던 무너진 책꽂이는 새로 모두 정리하여 새로 책장을 놓고 정리한 서재로 모두 옮겼다. 현재 서재에는 대략 1,000 여권 정도의 책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아직 책꽂이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건드리지도 못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우선은 지난번에 주로 이야기하던 근대 모던의 세계에 대한 책부터 다시 새로 시작하자. 앞의 글들에서 소개한 책들은 주로 인물 위주이거나 문학책들이었다. 사실 가장 잘 읽지도 사지도 않는 책들이 문학 특히 소설책들이라서 뭐라 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대신 근대의 사회에 대한 책들은 좀 주력으로 사고 읽고 있는 책들이 많다. 

본격적인 관심의 시작은 * 모던보이, 경성을 거닐다 - 만문만화로 보는 근대의 얼굴 (신명직, 현실문화연구, 2003, 초판2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자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근대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과 관련된 일련의 책들은 다음과 같다.

* 한국 근대사의 풍경 - 모던 조선을 거닐다,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005, 노형석, 생각의 나무, 2006, 재개정판 1쇄: 이 책은 모던 경성의 연장이라기보다는 좀더 기존의 식민지 수탈에 무게가 기운 책이지만 전국의 상황을 이종학씨가 제공한 사진과 자료를 풍부하게 활용하여 좋은 지남이 되는 책이다.

* 모던라이프 언파레드 - 2,30년대 일상문화, 단국대학교 동양학 연구소, 민속원, 2008, 초판1쇄

* 근대, 관광을 시작하다, 한국근대시각문화 아카이브 5, 부산근대역사관, 민속원, 2010, 재판1쇄

* 광고 그리고 일상 1876-1945 - 광고로 보는 근대의 삶과 문화, 부산근대역사관, 2004, 초판

* 모던 경성의 시각문화와 일상, 한국근대미술시각이미지 총서 3, 한국미술연구소 한국근대시각문화연구팀, CAS, 2018, 초판1쇄

* 모던 걸, 여우 목도리를 버려라 - 근대적 패션의 풍경, 살림지식총서 150, 김주리, 살림, 2005, 초판2쇄

* 에로 그로 넌센스 - 근대적 자극의 탄생, 살림지식총서 154, 소래섭, 살림, 2005, 초판1쇄

여기까지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근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사회상을 모더니즘의 이식이란 측면에서 보는 책들이다. 내용이 조금 중복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상당히 신선하였다. 여기에 이런 연구들의 원천 소스에 해당하는 책들이 일본어에서 번역되거나 현대문으로 고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 일본잡지 모던일본과 조선 1939, 완역 <모던일본> 조선판 1939년, 역자 윤소영, 홍선영, 김희정, 박미경,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 어문학사, 2007, 초판1쇄

* 일본잡지 모던일본과 조선 1940, 완역 <모던일본> 조선판 1940년, 역자 홍선영, 박미경, 채영님, 윤소영,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 어문학사, 2009, 초판1쇄 전자책

* 신여성 - 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 연구공간 수유+너머 근대매체연구팀, 한겨레신문사, 2005, 초판1쇄


그러다가 이 독서 패턴은 점차 좀더 분화되어 특정 주제로 갈라져서 진행이 되었다.

우선은 대중매체의 인물들과 산업 특히 영화를 위주로 하는 책들이 있다.

* 자료로 본 한국영화사 1 - 1905-1954, 정종화, 열화당 미술문고 503, 열화당, 1997, 초판1쇄

* 조선인 극장 단성사 1907-1939, Film story 총서 12, 이순진, 한국영상자료원, 2011, 초판1쇄

* 일본어 잡지로 본 조선영화 1, 한국영상자료원 영화사연구회, 한국영상자료원, 2010, 초판

그리고 영화를 포함한 당시 문화계 인물에 대한 책들이라면,

* 문예봉과 김신재 1932-1945, 선인한국학 연구총소 033, 박현희, 선인, 2008, 초판1쇄: 문예봉과 김신재는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식민지기 탑 영화배우들인데 이 책은 이들에 대한 유일한 평전이라고 생각이 된다.

* 설레는 바다 왕수복, 북페리타 인물평전 총서 002, 신현규, 북페리타, 2014, 초판

* 춤추는 최승희-세계를 휘어잡은 조선 여자, 정병호, 뿌리깊은나무, 1997, 재판3쇄: 이 책은 원래 1995년 초판을 가지고 있었던 책이다. 

*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 어느 가족의 삶을 통해 본 식민지 한국 지식인 사회의 풍경, 나영균, 황소자리, 2004, 초판1쇄: 이 책의 저자는 물산장려운동을 이끈 나경석의 딸이며, 나혜석의 조카이다. 모던 경성의 지식인들의 인사이드 스토리라고 할지 당시 상황을 역사책과는 다른 시각으로 전해준다.

* 경성의 다다, 동경의 다다 - 다다이스트 고한용과 친구들, 요시카와 나기, 위즈덤하우스, 2015, 초판1쇄: 이 책은 식민지 기간동안의 특이한 문화운동가로 다다이스트였던 고한용이라는 사람을 다루는 책인데 상당히 흥미로운 책인데 불구하고 이상하게 번역가의 이름을 아마도 일부러 누락한 것인지 찾을 수 없는 책이다. 

* JODK 조선방송협회 회상기, 시노하라 쇼조 외, 김재홍 역, 커뮤니케이션스북스, 2006, 초판1쇄: 경성과 함흥의 방송국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한참 뒤 회고록을 엮은 것인데 당시 분위기들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다음의 두권은 모던 경성 책들 중에서도 출판 경향의 니치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 경성상계, 박상하, 생각의 나무, 2008, 초판1쇄: 제목 그대로 경성의 상업계에 대한 책이다. 의외로 흥미로운 자료들이 많이 실려있다.

* 재조일본인 여급소설, 일본교양총서 3, 식민지 일본어 문학 문화 시리즈 36, 김효순, 강원주 편역, 역락, 2015, 초판1쇄: 경성에 살던 일본인들이 일본어로 쓴 당시 카페의 여급에 관련된 글들을 번역해서 엮은 책인데, 5. 20세기 전반 우울한 반도의 카나리아들에서 조선인 문학가들의 여급 관련 내용들과 이어서 소개를 먼저 한 적이 있다.


이 주제의 독서는 실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갔다. 책들을 읽으면서 모던 경성이란 결국 모던 일본의 모방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었고 모던 일본에 대한 책들을 같이 조금 더 찾아 읽으니 경성의 모던에 대한 이해가 한결 쉬워졌었다.

* erotic Grotesque nonsense - The mass culture of Japanese modern times, Miriam Siverberg, Univ. of Claifornia Press, 2009, 1st Paperback  위에서 소개한 에로 그로 넌센스란 책 제목의 원래 출전은 일본 근대 초기의 エロ・グロ・ナンセンス의 조선 버전이었다고 할까. 원래 1920년대 이후 일본 모더니즘의 영향에 대한 상세한 책이다. 이 책은 이 독서 계열 중에서 상당히 초창기에 읽었고 이후 조선과 동아시아의 모더니즘을 이해하는데 내게 영향을 많이 미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Nippon Modern - Japanese Cinema of the 1920s and 1930s, Mitsuyo Wada-Marciano, 2008, Univ. of Hawai'i Press, 2008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일본 영화계에 대한 책인데, 역시 오즈 야스지로가 단연 메인이다.

* 銀座 - 街物語, 三枝 進, 河出書房新社, 2006, 초판1쇄 일본 모더니즘의 핵심인 긴자를 메이지시대부터 쇼와시대까지 시대상을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 The Scarlet Gang of Asakusa, Yasunari Kawabata, Univ. of California, 2005 위의 erotic Grotesque nonsense에는 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淺草紅團(아사쿠사 쿠레나이단)이 메인 소재로 사용된다. 먼저 이 영어 번역본을 구해서 읽고 난 후에

淺草紅團|淺草祭, 講談社文芸文庫 F6, 川端康成, 2009, 11쇄 (1996년 초판1쇄 발행) 일어 문고판을 구해서 읽었다. 같이 실린 淺草祭(아사쿠사마쓰리)는 아사쿠사 구레나이단의 속편이다. 이 자전적 소설은 일본 모더니즘, 특히 에로 그로 넌센스가 생겨나는 일본의 근대를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독서를 하다 보니 눈을 돌려 다른 동아시아의 모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상하이 모던 - 새로운 중국 도시 문화의 만개, 1930-1945, 중국학 총서 30, 리어우판, 정동천 역, 고려대학 출판부, 2007, 초판1쇄  

* Cultures of Old Shanghai, 老上海風情, 上海人民美術出版社, 2015

* Old Shanghai - A photographic album, 老上海風景, 上海人民美術出版社, 2018  

* Shanghai Now and past, 百變上海, 上海人民美術出版社, 2018   이 세 권의 책은 20세기 전반기 상하이의 사진집으로 2018년 즈음 상하이에 살던 친구 가족의 선물이다.  

* 향대기람 - 개성상인의 홍삼로드 개척기, 공성구, 태학사, 2014, 초판1쇄 이 책은 1928년 개성의 홍삼 무역을 하던 공성구가 미쓰이사의 주선으로 타이완과 홍콩을 다녀온 여행기이다. 다른 지식인들의 여행기와는 다른 시각이 흥미롭고 당시 타이완과 홍콩의 모습을 전해준다.

* 현대 타이베이의 탄생 - 보이지 않는 타이베이와 볼 수 있는 타이베이, 수숴빈, 곽규환, 남소라, 한철민 역, 산지니, 2020, 초판1쇄  산지니 출판의 책들은 대체로 충실하다. 타이베이에 대해서는 좀더 근세부터 시작하지만 책의 주 테마인 현대 타이베이는 식민지 시기의 근대화에 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도해 타이완사 - 선사시대부터 차이잉원 시대까지, 궈튕위, 왕핀한, 쉬야링, 좡젠화, 신효정 역, 글항아리, 2021, 초판1쇄  이 책은 위의 현대 타이베이보다 영역과 시대가 더 넓지만 역시 근대 부분이 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 근대에 대한 독서의 귀결점은 결국 미국과 유럽의 근대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을 다녀온 지식인들의 기록부터가 이런 생각을 인증해주는 것 같다.

* 최근 세계 일주기 - 일제하 한 경제학자의 제국주의 현장답사, 이순탁, 학민사, 1997, 초판1쇄  연희전문의 경제학과 교수 이순탁은 1933년 미국과 유럽을 다녀와서 1934년 세계 일주기를 펴내었다. 한국동란 중에 납북된 후 한국에서 이름이 지워져 있다가 1997년 해금이 되면서 다시 재발간되었다.

* 米洲의 印象,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1, 김동성 글그림, 현실문화연구, 2015, 초판2쇄  김동성은 개성사람으로 1910년대 후반 미국에 유학을 다녀왔고 식민지 시기 내내 대표적인 언론인이었다. 미국에 대한 인상기가 그가 그린 그림과 함께 엮여져 있는 책이다.  좀더 본격적인 미국과 유럽의 모더니즘의 내용들은 다음의 책들이 있다.

* Classic Chic - Music, fashion and Modernism, Mary E. Davis, Univ. of California Press, 2006, Hardcover print

* Flapper - A madcap story of sex, style, celebrity, and the women who made America modern, Joshua Zeitz, Broadway books, 2006, Paperback print

* The Bon Marche - Bourgeois Culture and the Department store, 1869-1920, Michael B. Miller, Princeton Univ. press, 1981


오늘 소개한 책들은 대부분 19세기말 20세기 초반 자본주의적 대중 사회가 시작되면서 그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서 영화같은 대중문화가 중요한 1차 자료들이다. 개인적으로 20-30년대 영화들에 한참 빠져있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오즈 야스지로를 가장 좋아하고 영화를 수집하고 있어서 영화에 대해서는 다음으로 미뤄두겠다.


근대는 사실 이렇게 사회상만으로 다룰 수 없는 주제이다. 독서를 하면서 근대에 있어서 흔히 제국주의-식민지 정치 경제적 상황에 대해 주목을 하는데 조금 더 읽다보니 내게 있어서 가장 큰 3대 주제는 학교, 군대, 그리고 은행으로 좁혀졌다. 이 3대 주제와 그래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제국주의-식민지에 대해서, 그리고 근대의 건축, 스포츠와 같은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책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보충 글이랄지 초추의 양광, 그리고 30년대 근대화 (brunch.co.kr)이라는 글을 같이 올렸다. 한참 이 테마에 대한 독서를 하기 시작하였던 때 쓴 글인점을 감안해주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7. 다른 이름의 코리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