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글 읽기
누구나 글을 쓴다. 누구나 책을 읽는다. 그중 몇이 돈을 받고 글을 쓰고, 그중 몇은 돈을 받고 글을 읽는다. 나는 돈을 받고 글을 읽는다. 심지어 거슬리면 고친다. 출판계에서 외주 편집 일감은 알음알음으로 연결된다. 과연 이 사람이 글을 좀 읽을 줄 아는 사람인지, 겪어 보지 않고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판도 안 된 초고를 돈까지 줘가며 읽어 달라고 건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니 그만 한 신뢰를 얻어 돈을 받고 글 읽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직업이면 가난하다. 까칠한 1번 독자는 신뢰 속에서 외롭고 가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