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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세 줄 일기

15. AI 삽화

by 대낮

교정지에 AI가 그린 삽화가 많다. 얼핏 보면 잘 그렸는데, 자세히 보니 손이 세 개다. 다리가 한 개다. 악기는 절반만 그려져 있다. 사람 팔뚝에 웬 주먹이 박혀 있다. 그림에 체크하며 어디서 잘못된 걸까 짐작해 보지만, 알 수 없다. AI가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나? 몇 년 전 만화 교정지로 만난 만화가가 생각났다. 댓돌에 벗어 놓은 신발 개수와 방안에 들어간 사람 수까지 맞춰 그리는 작가였다. 그는 굳이 그것까지 맞추려 했고, 나는 또 그걸 기어이 세보는 사람이었다. 그것까지 지적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의 섬세함이 곳곳에 보였기에 혹시, 하고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혹시는 역시였다. 세월이 흘러 그 작가를 아이 교과서에서 보게 됐을 땐 어찌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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