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기획사 대표님이 사진 촬영이 가능한 여행작가를 추천해 달라 했다. 아는 사람은 없지만, 급하다는 말에 여기저기 알아보니 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 프로필을 받아 보니 역량이 충분한 걸 넘어 과분해 보였다. 소개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약속을 어긴단다. 일한 내용이 충실하지 않단다. 결정적으로 글을 잘 못 쓴단다. 파일을 받아 보니, 그의 글은 맥을 못 잡고 문장을 툭툭 던지기만 한다. 글의 목적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문장도 많다. 뭐라 설명할 것 없이... 그냥 못 썼다. 이렇게 난감한 경험은 처음이다.
일은 급하고, 글은 엉망이니, 대표는 내게 땜빵을 부탁했다. 그가 취재한 일을 나더러 대신 쓰라는 것이다. 일은 그렇게 해결한다지만 그럼 정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교통정리는 대표의 일이라고 미뤄뒀지만, 계속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그의 프로필에 적혀 있던 책들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오래 펜을 놔서 글쓰기 실력이 녹슬어 버린 것인지. 그래도 그렇지, 그가 출간한 여행서는 다 뭐지? 대단한 문장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기에 여러 권을 출간한 작가라면 그 정도는 거뜬히 할 줄 알았다. 그의 책을 읽어 보지 않고 그를 소개한 내 탓을 해 보지만, 읽었다고 해서 상황이 달랐을까 싶다. 정말 혼란하다 혼란해.
사과에 사과를 거듭했다. 이제 일할 사람 소개해 주는 건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