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다녀왔다.
제주 가려고 공항 검색대 통과할 때 전화가 왔다.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잔금까지 받은 학습서 거래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다시 걸어보았다. 책 인쇄를 마쳤는데, 세 권 중 한 권을 다시 찍겠단다. 헉.
- 가제본이었나요?
- 아니요. 다 찍었는데....
예문 몇 개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교정 볼 때, 예문이 적절하지 않은 듯해서 저자에게 다시 확인해 달라고 거래처 쪽에 요청했었다. 내가 보기엔 고칠 게 너무 많았다. 돌아온 저자의 답변은 "출판하는 쪽에서 알아서 고쳐 써라"였고, 거래처 사장은 나더러 그걸 대신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거절했다. 그런데 인쇄 끝내 놓고, 그걸 이제야 고치겠다는 말이었다. 내가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하자, 양이 얼마 안 된다며 이건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작업비를 따로 준다는 말이다). 가진 게 핸드폰밖에 없다고 하니 알겠다고 끊었다.
공항이고 휴가 가는 중이라고 말해도 일을 해줄 수 있냐고 묻다니. 내 말을 곧이듣지 않았나 보다. 외주자는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퇴근 무렵 받은 원고를 밤에 봐서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걸 일감 주는 쪽에서 당연하게 여기면, 외주자는 숨이 턱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