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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세 줄 일기

26. 편집자의 공부

by 대낮

교정교열 하고 있다. 발달심리학 이론이 나오는 부분을 읽고 있다. 에릭슨(Erik Erikson)의 이름 표기를 확인하려고 가볍게 검색하다가 이분이 1902년부터 1994년까지 거의 한 세기를 살았다는 데 흥미가 생겼다. 영유아기나 청소년기의 발달심리뿐 아니라 전 생애의 심리적 발달에 대한 이론을 세운 사람이 이토록 장수했다는 건 재밌는 지점이다. 그는 67세 되던 해에 자신의 이론을 간디에게 적용시킨 책 "간디의 진리"를 출간해 퓰리처상과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를 받았다.

위키백과 내용이 맞다면, 미술 교사로 일하던 그는 학교에서 프로이트의 딸을 만나 그쪽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맞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그 프로이트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 덕에 '자아 정체성'이 평생의 화두였던 사람이라고 하니 이 만남이 낳은 결과를 그저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겠다. 그는 출생 전에 부모가 이혼했고, 아버지가 유대인이고 어머니가 덴마크 사람이다. 그의 눈은 푸른색이다. 유대인 사이에서도 유럽인 사이에서도 그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세 살 때부터 아빠라고 부른 사람이 있었으나 친아빠가 아니었다.

그의 발달 이론만큼이나 그의 삶은 참 쉽지가 않구나 싶다. 한 사람의 생애에서 관련 조각을 찾아 거칠게 선으로 연결하면 왜곡이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그를 이해해 보려는 시선은 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스토커가 체질인지 이런 거 읽는 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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