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랑 통화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ㅡ곧은 나무가 곧게 자라는 거야.
금수저가 잘 먹고 산다는 말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 말은 따로 있다. "왕대 밭에 왕대 난다" 왕대는 굵은 대나무다. 아무튼 곧은 나무 얘기는 마음을 곱게 쓰라는 말이다. 곧게 서 있어야 그대로 햇빛 받아 자라지 구부러져 있으면 또 다른 방향으로 휠 수밖에 없다는 뜻.
2. 서장훈이 방송에서 이런 얘길 했다.
ㅡ잘 되는 팀은 불화가 없다.
팀워크가 좋아야 승리하지만, 승리해야 팀워크가 좋아진다.
비슷한 예로 추억은 좋은 것만 남는다지만 좋았으니 추억인 것이다.
3. 대학교 1학년 때 영화 평론 과목을 수강했다. 소설 DMZ와 영화 공동경비구역을 비교해서 평론을 쓰라는 게 과제였다. 과제로 내준 작품을 학생들이 아직 못 봤다고 하자 교수님은 설명을 길게 해 주셨다.
ㅡ여기서 왜 초코파이가 나왔는지, 소설에서는 남자였는데 왜 갑자기 이영애가 캐스팅됐는지 쓰면 되는 거예요. 초코파이는 정이잖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거예요.
대충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워낙 달변가이다 보니 그 내용이 좀 세세하고 많았다. 아는 게 없어 고등학생처럼 공부하던 때였다. 나는 그 말씀을 속기사라도 된 듯 모조리 적었다!
두 작품을 보고, 필기도 보고, 세 가지를 편집해 과제를 완성했다. 아마 그때도 편집에만(!) 재능이 있었던가. 과제 발표 때 교수님은 나를 지목했고, 교수님이 말한 내용이 모두 들어간 내 평론(?)을 만족해하셨다.
ㅡ이렇게 쓰면 에이쁠입니다. 오빠가 써준 건 아니지?
내가 말한 대로만 쓰면 어쩌느냐고 혼날까 졸았는데....
이 칭찬 덕분에 이 수업 엄청 열심히 들었다. 칭찬은 칭찬거리를 불러온다.
그 뒤로 교수님에게 칭찬받은 일은 스승의 날에 수업 안 듣는 과목의 교수님(다른 분 ㅎ)을 찾아뵀을 때 말곤 없다.
ㅡ내 수업 수강생이 아닌데 내게 카네이션을 주다니!
이렇게 칭찬하셨더랬다. (교수님은 전공 교수님이시잖아요. 다음 학기에 들어요,라고 말할 뻔)
4. 곧은 나무가 곧게 자라고
승리한 팀이 사이가 좋고
칭찬받은 학생이 칭찬받을 짓을 더 한다.
나, 왕대는 못 돼도, 승리한 팀은 못 돼도, 더 이상의 칭찬이 없대도, 곧은 나무는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