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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Jan 31. 2024

추억은 핑꾸, 핑꾸는 추억

1. 아빠랑 통화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곧은 나무가 곧게 자라는 거야.


금수저가 잘 먹고 산다는 말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 말은 따로 있다. "왕대 밭에 왕대 난다" 왕대는 굵은 대나무다. 아무튼  곧은 나무 얘기는 마음을 곱게 쓰라는 말이다. 곧게 서 있어야 그대로 햇빛 받아 자라지 구부러져 있으면 또 다른 방향으로 휠 수밖에 없다는 뜻.


2. 서장훈이 방송에서 이런 얘길 했다.


잘 되는 팀은 불화가 없다.


팀워크가 좋아야 승리하지만, 승리해야 팀워크가 좋아진다.

비슷한 예로 추억은 좋은 것만 남는다지만 좋았으니 추억인 것이다.


3. 대학교 1학년 때 영화 평론 과목을 수강했다. 소설 DMZ와 영화 공동경비구역을 비교해서 평론을 쓰라는 게 과제였다.  과제로 내준 작품을 학생들이 아직 못 봤다고 하자 교수님은 설명을 길게 해 주셨다.


ㅡ여기서 왜 초코파이가 나왔는지, 소설에서는 남자였는데 왜 갑자기 이영애가 캐스팅됐는지 쓰면 되는 거예요. 초코파이는 정이잖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거예요.


대충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워낙 달변가이다 보니 그 내용이 좀 세세하고 많았다. 아는 게 없어 고등학생처럼 공부하던 때였다. 나는 그 말씀을 속기사라도 된 듯 모조리 적었다!

두 작품을 보고, 필기도 보고, 세 가지를 편집해 과제를 완성했다. 아마 그때도 편집에만(!) 재능이 있었던가. 과제 발표 때 교수님은 나를 지목했고, 교수님이  말한 내용이 모두 들어간 내 평론(?)을 만족해하셨다.


이렇게 쓰면 에이쁠입니다. 오빠가 써준 건 아니지?


내가 말한 대로만 쓰면 어쩌느냐고 혼날까 졸았는데....

이 칭찬 덕분에 이 수업 엄청 열심히 들었다. 칭찬은 칭찬거리를 불러온다.


그 뒤로 교수님에게 칭찬받은 일은 스승의 날에 수업 안 듣는 과목의 교수님(다른 분 ㅎ)을 찾아뵀을 때 말곤 없다.


ㅡ내 수업 수강생이 아닌데 내게 카네이션을 주다니!


이렇게 칭찬하셨더랬다. (교수님은 전공 교수님이시잖아요. 다음 학기에 들어요,라고 말할 뻔)


4. 곧은 나무가 곧게 자라고

승리한 팀이 사이가 좋고

칭찬받은 학생이 칭찬받을 짓을 더 한다.


나, 왕대는 못 돼도, 승리한 팀은 못 돼도, 더 이상의 칭찬이 없대도, 곧은 나무는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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