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부터 어둠과 접목된 틈이 자란다
젖지 않는 비구름 떼가 흘러내리면
허공으로 꺼내지 못하는
침입의 방식으로만 닿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단호하게 정의를 내린다
사람들의 서명이 없는
암흑에 잠긴 몇 장의 둔탁한 바람이
살아 있는 구간, 구간을 넘을 뿐이다
정서적인 피해자는
막 출소한 사람이 말랑한 두부를 씹는 것처럼
그 촉감 따라
갖가지 생각이 긴 꼬리를 물고 있다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차올라오는
적요는 잘못 들어선 길처럼
희부연 풍경들을 되새김질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것에서 비워진, 아득히 깊은 곳까지
벌어진 공간을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기울기의 격차가 점점 더 헐거워질 때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닫는 날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안온한 세상을 향해 점점 손끝을 뻗는다
바람이 알려주는 붉은 비문이
경계의 선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