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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Jul 22. 2021

슬픔을 넘어서

갯새암 <, 내 어머니의 샘>>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엄마가 안 계신다는 것이 이렇게 큰 슬픔일 줄 몰랐다. 저녁 무렵,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도 엄마랑 통화하던 그 시간이 되면 수도 없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달래야 했다. 산책길에 동네 할머니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만 봐도 슬픔이 몰려와, 한동안은 산책도 나가지 못했다.     

일상이 마비된 날들이 지속하였지만, 난 다시 펜을 들었다. 엄마에게 다 해 드리지 못했던 식이요법을 남아 있는 이들에게 전해 줘야 할 것 같았다. 비록 엄마가 철저하게 식이요법을 하시진 못했지만 두 번씩이나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나서 우리 곁에 계셨던 시간들을 추억해 드리고 싶었다. 또한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책을 마무리하는 것이 엄마가 기뻐하실 것 같았다.          

작년 여름, 이 책의 초고를 들고 서울의 출판사에 찾아가기 전에 엄마랑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엄마의 체질을 진단해 드리고 함께 저녁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책을 출간할 거라고 말씀드리자 무척 기뻐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오링테스트를 하며 엄마랑 웃고 떠들며 연화지 카페에서 팥빙수와 커피를 마시던 그 날 밤이 너무나 그립다.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일주일만 그렇게 같이 살아 봤으면…. 후회해도 이제 엄마는 우리 곁에 안 계신다.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 드리지 못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언제까지 우리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그렇게 허망이 가실 줄은 몰랐다.          

한동안 후회와 슬픔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졌고, 말할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와 견디기 힘들었다.          

엄마가 가신 지도 몇 달이 지났다. 지금도,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거나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매년 엄마에게 보내 드리던 굴비가, 올해 추석에는 우리 집으로 배달되었다. 굴비가 담긴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또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이제 기운을 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좀처럼 이 슬픔 속에서 헤어나기가 어렵다. 삶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하고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내게 가을이 찾아왔다.

이제 조용히 이별을 감수해야 한다고… 낙엽이 지고 겨울을 지나야 또 새로운 봄날을 볼 수 있다고… 슬픔을 넘어서 이제는 나아가야 한다고 가을이 내게 말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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