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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May 25. 2021

응답하라 1988

<< 일상>> 닭다리는 어디에?


팬데믹 시대

요즘같이 마음대로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고 

사람 사는 정이 그리울 때면 가끔씩

응답하라 1988을 찾아서 본다.

원래 이 드라마가 방영될 댄 보지 못했고 

우연히 제자가 가지고 온 혜화동이라는 곡을 

연주하다가 유튜브에서

이 드라마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방영된 지 아주 오래된 드라마인데.

내용이 너무 따뜻해서  결국 시리즈로 다 보았다


쌍문동 한 골목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 놓았는지...

그래서 가끔씩 사람이 그리울 때 이 드라마를

다시 한번씩 보곤 한다.

1988년 그 시절의 나의 삶도 둘리 일당처럼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지나왔다.


결혼 전 광안리에서 살 때의 이야기다

음악학원에서 피아노 강사를  하며

자취를 할 때  늘 내게 사랑을 베풀어주는

이웃분들이 계셨다


그다지 튼튼하게도 안 생겼고 체구도 작은지라

유난히 주위 사람들은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오늘은  찬희네 가족을  떠올려 본다

나보다 나이는 조금 더 어린 찬희는 늘 자취하는

나를   언니처럼 챙겨쥬었다


집에서 맛있는 반찬이라도 하면 꼭  길 건너

내 자취방에 살짝  가져다 놓곤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오면

나물무침이나 어묵볶음이 담긴 반찬통이 문 앞에

얌전히 놓여있어 내 피곤을 씻어주곤 했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내가 살던

1988년 광안리에도 똑 같이 펼쳐지곤 했다

그 시절은 학부모님들도 시장을 가시다가 빼꼼히

문을 열고 들여다보시며 사과 한두 개 푸성귀

 한 봉지를 슬며시 놓고 가던 때였다


하루는 퇴근해서 집에 오니 작은 냄비에 담긴

 닭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찬희 어머니께서 닭을 한 마리 고았는데

내게  가장 맛있는 닭다리 하나를

챙겨주신 것이었다

작은 메모와 함께 따뜻이 놓인 

냄비를 들고 막 방으로 들어가는데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작은 보자기를 손에 든 찬희였다


"오늘 우리 집에 닭 한 마리 삶았지롱...

그래서 내가 엄마 몰래 좀 챙겨 왔지롱

 ㅎㅎㅎ"

"엥?"


노란 냄비 안에는  또 다른  닭다리 하나가  

떡 누워 았었다


"아니  닭다리 다 내게 가져오면 어떡해

엄마도  닭다리 하나 가져다 놓으셨는데..."


"아이구야 ㅋㅋㅋ"


우라는 두  냄비를 쳐다보며 한참을 웃었다


"엄마한테 혼나면 어떡해?"


내가 걱정하자 찬희는 말한다


"괜찮아

우리 엄마도 나 몰래 닭다리  하나 가져다

놓았는데 뭘...

여기 같다준건  혼 안내 ㅎㅎ"


"그럼 이거 같이 먹고 가"


찬희는 손을 흔들며


"아냐  이거 먹고 몸보신해  

 꼭 혼자 다 먹어야 해"


찬희는 닭다리가 담긴 냄비를 나에게

넘겨주고 얼른 돌아서갔다.


그날 찬희네가 가져온 닭죽과 두 닭다리는

주인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나 이렇게 셋

이서 앉아서 먹었다


찬희네도  대식구인데 닭다리가 빠진

닭죽을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었을게다.


나는 지금도 닭죽을 보면 그날  내게로

온 닭다리를 떠 올리며 웃는다.

그리고 닭 한마를 고아서 가장 맛있는 닭다리

를 다 내게로 가져다준 찬희네가

눈물 나게 그립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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