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노래
드디어 알프스를 보러 간다
아직 알프스에 도달한 건 아니지만 푸르름이 가득한 구릉 지대의 그뤼에르 치즈마을을 찾았다. 치즈공장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큰 공장을 생각하면 실망이다, 하지만 작지만 현대적인 시설에서 치즈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오픈해서 다 볼 수 있도록 해 놓아서 흥미로웠다. 이곳의 소들은 푸른 알프스 초원에서 신선한 풀을 뜯어먹고 우유를 생산해서 최상의 원료로 치즈를 만들어낸다
체리라는 이름의 소가 자신이 생산한 우유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책자를 보며 1번부터 15번까지의 지점을 돌다 보면 마지막은 이곳에서 만든 치즈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치즈를 만드는 마을에 와서 직접 맛본 치즈는 고소하고 담백해서 물가 비싼 스위스에서 유일하게 쇼핑을 했다. 다른 곳에서도 치즈를 당연히 살 수 있겠지만 기왕에 치즈마을에 왔으니 좀 비싸도 이곳의 치즈를 종류별로 조금씩 샀다.
치즈와 버터를 사고 다른 기념품들을 둘러보니 스위스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몇 개의 치즈를 사서 나오니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실 한국에서의 치즈 가격을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 3가지의 치즈와 버터 가격이 3만 원 조금 넘게 나왔으니 물가 비싼 스위스에서 오히려 횡재한 기분이다. 치즈공장을 견학 후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그뤼에르 성이 있는 마을로 갔다.
조금씩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알프스는 그뤼에르 성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자태를 보여주었다. 겨울인데도 구릉엔 이미 푸르름이 가득했고 멀리 보이는 알프스의 봉우리들은 하얀 눈에 덮여 있었다.
푸르름과 하얀 설경이 맛 물려 환상적인 풍경을 제시했다. 다들 탄성과 셔터 누르는 소리로 분주했다. 그뤼에르 성은 또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예쁜지... 보이는 모든 풍경이 화보 집 같았다. 언니는 연신 너무 좋다며 행복해했다. 웃고 탄성을 내지르고 사진을 찍다 보니 한나절이 금방 가버렸다
사실 혼자 왔으면 성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알프스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패키지여행의 일정상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그뤼에르 마을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퐁듀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빵을 퐁듀에 찍어 먹는데 너무 고소하고 맛있어서 뒤에 주 요리로 나온 고기와 스파게티는 거의 먹지 못했다.
치즈를 끓여 각종 야채와 빵을 찍어 먹는 게 신기하게 내 입맛에 너무 잘 맞아 스위스 여행 중 다시 한번 퐁듀 요리를 먹고 싶었으나 더 이상 먹어보지는 못했다. 음식 가격을 보니 만만한 가격이 아니어서 치즈공장에서 산 치즈로 한국에 가서 퐁듀 요리를 해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맛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점심엔 언니가 시형이네와 나에게 포도주를 샀다. 난 화이트 와인 시형이 엄마와 언니는 그냥 와인을 마셨다. 퐁듀 요리와 화이트 와인도 썩 잘 어울렸다.
알프스의 자태를 살짝 보여주는 그뤼에르 치즈마을에서 즐거운 점심을 먹고 우린 몽퇴르로 이동했다. 레만 호수가의 꿈같은 마을... 눈 덮인 알프스와 호수가 동시에 펼쳐져 있는 몽퇴르는 우릴 황홀하게 했다. 스위스의 민 낮을 그대로 보여주는 몽퇴르... 호숫가에 우뚝 서있는 시용성.
13세기에 지어진 시용 성은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자연 암벽을 그대로 이용해 세워진 곳으로 성주가 살았던 방과 백작의 방들이 있으며 이곳의 창에서 바라보는 레만 호수는 자욱한 물안개가 올라오는 잔잔한 모습을 보여주며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방과 방을 연결하는 비밀 통로들은 외세의 침입을 대비하기도 했을 뿐 아니라 연인들의 사랑을 나누는 비밀통로로 사용하였다는데 미로에 빠진 듯 약간은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느낌은 중세 기사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회색빛 벽들과 죄수를 가두었다는 지하 감옥과 함께 시용 성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들게도 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용 성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특히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전체적인 성의 모습은 시용 성이 아니라 시온 성을 연상케 했다. 호수에서 바라본 시용 성과 눈 덮인 알프스의 봉우리들... 호숫가를 산책하며 오래오래 그곳에 머물고 싶었지만 커피 한잔을 마시지 못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테쉬로 떠나야 했다.
언젠가 오스트리아에서 취리히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중 지금처럼 웅장한 알프스와 호숫가를 한 시간 가까이 보여주는 구간이 있었다. 그때 그 광경이 너무나도 웅장하고 멋있어서 한 시간 동안 넋을 잃고 창밖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나라... 꼭 다시 와 보리라 다짐했던 스위스에 지금 다시 와 있다. 이곳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와서 하룻밤 머물면서 눈 덮인 알프스를 보며 호숫가를 산책하고 예쁜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한잔 마셔야지... 마음속으로 혼자 조용히 혼자 말을 하는 사이 투어버스는 알프스의 중턱을 향해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