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가을
오늘은 총선거 날이다.
코로나 19를 거치며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고 여느 때보다 높은 선거율을 보이며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나도 출근길에 잠시 투표를 하러 갔다. 입구에서 발열을 체크하는데 두 번이나 삐삐 거려서 깜짝 놀랐다. 세 번째에는 통과되어서 휴우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투표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염병 때문에 조금만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해도 긴장하게 된다.
왜 안 그렇겠는가? 수많은 사람이 감염으로 인해 격리되고 또 몸이 약한 분들은 죽어가는 상황을 보며 다들 노이로제가 걸렸을 것이다. 이렇게 밖에 나오기까지도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는지... 시국이 어려운 때라 누구를 뽑아야 할지 참 고민이 되기도 했다. 투표를 마치고 출근해서 산책길에 나섰다. 요즘은 일찍 출근해서 한두 시간 산책하는 것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고 싶지만 그냥 밝은 얼굴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 팬데믹을 거치며 소소한 일상이 다 감사하다. 길가에 노점상 할머니의 야채도 꼭 팔아드리고 풀빵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의 작은 가게도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다들 어려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그렇게 사 온 상추나 쪽파가 다 먹지 못해 냉장고에 대기하고 있는데도 산책길에 만나는 노점상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기는 참 힘들다. 오늘도 상추와 쪽파를 넣어 야채비빔밥을 해 먹을 예정이다.
따뜻한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상추와 쪽파를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이것도 복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반찬도 필요 없고 부식비도 얼마 들어가지 않는 매일 칼칼하고 상큼한 야채 비빔밥을 먹으니 날마다 봄을 만끽한다. 오늘은 작은 빵 가게를 들러 식빵을 샀다. 장사가 안되어 빵을 많이 세일하고 있었다. 블루베리 식빵과 커피 한 잔을 사서 장산 입구까지 걸어갔다. 장산 근처 산책로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비둘기들이 옆에 와서 구구 거리며 주위를 맴돌았다
. 식빵을 뜯었으면 좀 나누어 주었을 텐데 손 소독제가 없어 빵을 뜯지는 못했다. 휴일이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왔다. 나무들마다 초록빛이 가득해서 이제는 완연한 봄 같다. 이 봄에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저 연초록 새싹들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묵은 것들을 다 내 어보 내고 연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