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가을
신도시 산책로를 매일 한 시간씩 걷고 있다.
만보를 걷는 게 목표인데 쉽지가 않다. 쉬지 않고 한 시간 20분을 걸어야 만보가 된다. 그래도 매일 산책하는 게 좋다. 걸으며 말씀을 듣고 주님과 교통 하며 기도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또한 걷다가 보니 체력도 덤으로 튼튼해지는 것 같다. 걸으며 사람들도 마주치고 때론 꼬맹이들이 까르르 웃고 뛰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어 기쁘다. 길가에 무리 지어 철쭉이 피어 있는 길을 혼자 산책하기에 아까울 때가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성범 엄마가 벌써 한번 왔을 텐데 다들 꽁꽁 집에 숨어서 나오질 않는다. 아직은 어쩔 수 없다. 다들 보고 싶기도 하고 만나서 차 한 잔 마시고 싶지만 아직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해서 서로가 다 조심스럽다. 사람을 너무 못 만나 우울했는데 그래도 산책을 하며 사람들과 스쳐만 가도 기쁘다. 다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웃지 못할 광경으로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산책길에 사람들이 걷고 있어 외롭지 않다.
가끔씩 공원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무리 지어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고 일렬로 앉아서 얘기하시는 모습이 미소를 짓게도 하고 빨리 이 전염병이 멈추어서 서로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도 된다. 철쭉이 너무 예쁘게 피었다. 길가에 나무들도 이제 연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오른 나무에 싱싱한 연초록빛이 가득하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 온천지에 봄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확진자 수가 10명 내외로 떨어진 지가 제법 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약간은 느슨해진 금요일 아침 성범 엄마로부터 문자가 왔다. 언제 한번 차 한잔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늘 볼 수 있냐고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다. 보고 싶어 하면 통하는지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주인공이 연락이 왔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제한된 생활을 한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지인을 만난 것이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송정역에서 내린 성범 엄마와 나는 갑자기 살이 확 찐 확 찐 자로 서로를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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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고 감사하고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인과 함께 칼국숫집에 갔다. 아직은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만났는데 함께 따뜻한 점심을 먹고 싶었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맛있게 칼국수를 먹고 바닷가에서 커피와 쿠키를 사서 차 안에서 함께 마시며 얘기꽃을 피웠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닷가를 뒤로 한 채 송정 철길을 따라 만든 작은 공원으로 온 우리는 공원의 작은 꽃들을 보고 걸으며 일상의 작은 행복을 만끽했다.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서로 나란히 걸었지만 그래도 햇볕 따스한 오후에 지인과 함께 산책을 하니 꿈만 같았다. 우리는 이 작은 행복들을 그동안 너무나 감사할 줄 모르고 누려왔다. 그러나 오늘 이런 팬데믹을 거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오니 모든 것이 다 감사하다.
공원의 작은 꽃들, 초록의 잎이 가득한 나무들, 아이들 웃음소리,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동네 할머니들.... 이런 작은 풍경들이 다 눈물 나게 고맙고 소중하다. 칼국수와 커피를 혼자 다 사준 성범 엄마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다음에 만나면 내가 더 맛있는 것을 대접해야 할 것 같다.
2020년 5월 송정 작은 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