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희 Sep 06. 2021

가을 오후

<<그리운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바다가 잔잔하다

오랜만에 해가 떠서 반갑다

며칠 동안 가을비가 계속 내렸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밖에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만 작업하다가 모처럼 테라스에 앉아

글을 쓴다

파도소리가 잔잔히 들려온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햇살이 비치는데도

제법 선선하다.

 

가을이 오면 왠지 쓸쓸한 마음이 먼저 든다.

모든 것이 갈무리하는 시간이라 그럴까?

작년과 올해는 유난히 가을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추석이 가까워온다.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서로를 자유롭게 만나지 못한다.

작년 6월 엄마가 주님품에 가시고 우리 자매들은

처음으로 추석 때 다 같이  모이지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 성묘도 온라인 성묘를 권해

정말 썰렁하고 허탈한 추석이었다.

추석이면 늘 고향집에 모여 마당에 숯불을 피워놓고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엄마랑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도 우리 자매들은

함께 다 모이지 못할 듯하다.


엄마가 계시지 않는 고향.....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로를 조금씩 경계하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까?

어떨 땐 서러움에 목이 멘다.  

아무리 놀러 오라고 해도 다 서로를

너무 배려해서인지 움직이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다 묶어놓은 것 같다.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 생각이나 해 봤을까?

다 같이 마스크를 쓰고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눈빛만으로  사람들을 느껴야 하는

이 현실이 때로 숨 막히고  고통스럽다.

동네 카페에 가고 싶어도 안심콜을 하지 않으면

입장조차 할 수 없고

어디를 가던 전화번호를 남겨야 한다.


얼마 전에는  동네 식당에 갔다가 그곳을  

열흘 동안 방문한 모든 사람을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해서 식당에

가는 것도 조심스럽고 불안하다.

코로나 검사는 음성이 나왔지만 주말이 끼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삼일이 걸려 그 시간 동안

긴장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주에 만났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떠 올리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을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맘 편히 만나고 싶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동네 공원도 산책하고

지나가다 창이 예쁜 카페가 있으면

편하게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셔보고도 싶다.

친구와 만나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폰번호를 남기지 않고 맘 편히

칼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특수교사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