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노래
스위스.
어릴 적 알프스의 소녀를 읽고 늘 동경하며 꿈꾸어 오던 나라
알프스의 봉우리와 산허리에 펼쳐 있는 푸른 풀밭 양 떼와 목동, 산기슭 작은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과 작은 예배당…
그 알프스의 나라를 보러 간다.
이번 여행은 언니와 함께 가기로 했다. 형부가 갑자기 주님 품에 가시고 나서 슬퍼하며 상심하는 언니와 함께 처음으로 유럽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재림이가 프라하에 유학 중이라 함께 프라하로 가서 일주일을 보내고 여행사와 현지 조인을 해서 동유럽 일주를 했다.
언니의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라 그때는 각자 많은 생각에 잠겨 말없이 여행을 다녔다. 투어버스 안에서도 언니는 혼자 앉기를 원해서 그렇게 해 주었다. 같이 여행을 다닌 팀의 사람들이 둘이 싸웠냐고 왜 떨어져 다니는지 질문을 해도 말없이 미소만 짓고 우린 그렇게 여행을 다녔다. 가끔씩 언니의 얼굴에 묻어나는 슬픔을 보며 마음 아픈 언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힘들기도 했다. 나에게는 상당히 무거웠던 그 여행이 언니에겐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지만 그때 그 여행을 계기로 언니는 여행 마니아가 되었다. 해마다 돌아가며 서유럽, 북유럽, 발칸반도, 스페인을 혼자서 다녀왔다. 혼자서 제주도에도 안 가 본 언니가 그렇게 변해서 여행을 다니다가 최근 2년 동안은 일이 바빠 한 번도 못 나갔다.
나도 재림이가 군대에 간 후 한 번도 유럽을 나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여행사 스위스 패키지 상품이 비수기라 싸게 올라왔기에 언니에게 넌지시 갈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날 바로 예약을 해 버렸다. 그렇게 빨리 가자고 할 줄 몰랐는데 어지간히 여행이 가고 싶었나 보다. 더구나 스위스에 가자고 하니 바로 오케이…. 언니도 늘 스위스에 한번 가 보고 싶어 했지만 스위스가 물가가 워낙 비싸 패키지 여행도 항상 비싸서 엄두도 못 내었는데 2월 가장 비수기라 정말 착한 가격에 그것도 대한항공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둘 다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 할부로 1년을 갚아 나가야 할 것이다.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 살아야 한다는 욕심이 없으니 여행이 유일한 사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형부가 주님 품에 가시고 혼자서 살아가는 언니가 여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고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것이리라. 형부가 살아 계실 때 언니는 함께 단 한 번도 가족 여행을 가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늘 조금만 더 여유 있게 되면 그때 가야지 하고 미루었는데 그 여유는 형부가 주님 품에 갈 때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여유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물론 우리는 살면서 일부러 빚을 져 가며 무리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것이 꼭 해야 할 일이고 우리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작은 욕심을 부려 보라고도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기왕이면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을 때에 함께 여행을 떠나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손잡고 걸으며 낯선 곳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어 보고 살면서 늘 바빠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도 내어 주고 서로를 바라보며 많은 얘기도 나누어 보길 바란다.
겨울에 떠나는 스위스!
동화 속 하이디가 살고 있을 것 같은 그 알프스로 이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