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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알프스의 노래

by 박민희


에필로그

어쩌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스위스를 활보하며 여행을 한 게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 됐다. 스위스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유럽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표되더니 전 유럽으로 다 퍼져서 각 나라마다 국경을 봉쇄하고 난리가 났다. 우리나라도 신천지 감염자로 말미암아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퍼져나간 대구가 거의 유령의 도시가 되어 갈 무렵 각 나라마다 한국인을 입국금지 시켜 정말 우울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 상태에 빠진지도 4개월….

그동안 우리는 많은 환경을 거쳐 왔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으며 많은 상처와 아픔도 감내해야 했다. 학교와 도서관, 각종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당연히 우리 학원도 휴원에 들어가야 했다. 많은 자영업자들과 상인들이 일터를 잃었고 계속되는 전염병의 위협속에 누군가를 마음대로 만날수도 없고 두려움과 외로움속에 몸부림쳐야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들려오는 마음 아픈 소식들.. 영원히 가지 않을 것 같은 겨울이 2월과 3월 사이에 떡 버티고 서서 우리 마음을 춥게 했다



나 자신의 일상도 많이 변했다. 처음 한 달간은 집안에만 틀어박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레슨도 할 수 없고 교회에 가지 못하니 피아노반주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모든 게 정지되고 아무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한 달 가까이 집에만 있었더니 나중엔 거의 우울증모드로 바뀌어 무기력한 상태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곤 몸서리를 쳤다. 정말 이러다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져서 죽을 것 같아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학생이 없어도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연습하며 책을 읽고 틈틈이 글을 썼다. 오후엔 한 시간씩 산책을 하며 사람들을 보기도 하며 조금씩 또 다른 일상으로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철저히 고립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이 되니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과 대화할 수 없으니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작은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조금씩 써 놓은 원고들이 극한 환경에 다다르니 강제로 밀려서 터져 나온 것이다.



한동안 풀리지 않을 생업이 중단된 지금,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 우리 학원도 문을 열어 소수의 학생들을 여전히 가르치기는 하겠지만 이제 또 다른 나를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다. 아마 이런 환경이 없었다면 작가로 도전해 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 성격상 그냥 조용히 현실에 만족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며 일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것 여기에서 주저앉아 슬퍼하고 있기보다 또 다른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누군가 등 떠밀어야 움직일 텐데 강제로 떠 밀렸으니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며 걸어가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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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끝에 우리 곁에 찾아 온 봄. 목련이 살짝 고개를 내밀더니 앞다투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활짝 피었다. 봄을 기다리던 간절한 마음들이 이렇게 꽃을 피워 낸 것 같다. 그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코로나19의 가혹한 시련…. 그러나 그 시련을 딛고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이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더 한층 성숙하게 해 주어 또 다른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의 방역체계와 진단키트 뛰어난 의료기술과 의료용품을 원하고 있다.


먼저 이러한 고난을 통과하며 얻은 경험과 기술의 축적이 이제는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거절하고 문을 닫은 세계 각국이 이제 역으로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2월의 대구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의료진과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그 난국을 극복해 온 것이 오늘 온 세계를 다시 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많은 외세의 침입 속에 고난과 아픔을 수없이 통과 해온 이 민족의 뿌리엔 위기가 올 때마다 하나로 뭉쳐 극복하고 돌파해 내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 우리 국민성이 오늘의 우리를 만든 것 같다. 눈물 나게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들이다. 그래서 오늘 우린 이 위기를 지나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어 본다.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다시 한번 이끌어 내기 원한다. 아니 우리가 몰랐던 우리 각자의 장점들을 새롭게 발견해 내기 원한다. 언젠가는 이 전염병도 지나가겠지만 이 고난과 역경 뒤에 또 다른 열매가 우리에게 맺히길 소망한다.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면 들려오는 온갖 뉴스들이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루빨리 이 바이러스가 사라져서 각 나라 사람들이 일상으로 되돌아가길 바란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 한 지금…. 가끔씩 우리가 두고 온 알프스를 떠올려 본다. 이러한 재해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눈 덮인 능선을 누비며 환호하던 우리에게 그 넉넉한 품을 내어 줬던 알프스를 언제 다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가 볼 수 있을까? 이제 알프스에도 에델바이스가 피고 곳곳에 봄이 왔을 텐데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는 지금 마음으로만 그곳을 다시 가 볼 수 있다.

2020년 5월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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