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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갯새암 <<시집>>

by 박민희


오늘 택배로 굴비가 왔다

매년 명절이면 엄마한테 보내던 굴비가

올해는 주인을 잃고 내게로 왔다.


상자를 여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다.


고소한 굴비구이에 밥 한 공기를

맛있게 비우시던 모습이 눈물 속에

아른거린다.

엄마 굴비 보내 드릴까요?

.........

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아

만지작만지작 하염없이 폰을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무뎌질까

굴비를 꺼내 두 마리씩 비닐 팩에 넣어

차곡차곡 냉동실에 넣는다.


주인 잃은 굴비가 냉동실을 가득 채워도

우리 집 밥상엔 굴비가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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