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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Jul 20. 2021

하늘의 부르심

갯새암 <,내 어머니의 샘>>


     

금요일 아침,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잠결에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주무시듯 가셨다고 했다. 전날에도 동네 한 바퀴 산책하시고 자식들과 돌아가며 통화도 하시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셨는데…. 새벽에 주님의 품에 가셨다. 늘 기도하며 말씀하신 대로 잠결에 침대에서 편안히 잠자듯 가신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이 몰려왔다. 엄마, 하루만 더 기다리시지…

내일이면 뵈러 가려고 했는데….

일주일만 같이 있어 드릴걸….’

후회와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엄마가 두 번이나 쓰러지신 후 일 년을 더 우리 곁에 계셔 주었는데, 기회를 다 놓친 것이다. 전화를 끊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엄마, 나한테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 하루만 더 기다려 주시지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가시면 어떡해요…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혼자 독백하며 가슴을 부여잡고 통곡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이 내 마음을 내리눌렀다. 비는 왜 그리도 내리는지…. 한 주 내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김천으로 가는 길.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내 마음은 납덩이보다 더 무거웠다. 병원에 모인 우리 자매들은, 슬픔에 할 말을 잃고 한동안 오열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각자 무거운 맘으로 빈소를 지켰다.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본 엄마의 얼굴은 너무도 평온했다. 살아생전 그렇게 평온한 얼굴을 한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편안해 보였다. 눈이 불편해 늘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계실 때가 많았고, 다리가 불편하셔서 항상 힘든 모습이었는데, 누워 계신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평온해 보여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가족장으로 간단하게 장례식을 치른다고 전했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주었다. 화환도 수십 개가 들어와서 엄마의 빈소 앞은 끝도 없이 꽃길이 펼쳐졌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왔는지… 2박 3일 동안 우린 슬퍼할 겨를 없이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 날,

 엄마는 장미가 활짝 핀 시골집을 한 바퀴 도시고 그렇게 이 당에서의 나그넷길을 마치고 주님 품에 안식하셨다. 그 슬픔 가운데서도 주님은 내게 위로의 말씀을 주셨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

그래… 우리 육신은 잠시 흙으로 돌아가지만, 장래 영원 안에서 엄마를 다시 만날 소망으로, 슬픔 속에서도 마음은 잔잔한 위로 가운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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