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개미핥기 Nov 16. 2020

Moo'tice

#04, 오래달리기

사실 나는 한계를 마주쳤을 때, 나 자신에게 몰두하는 타입이다. 특히, 오기가 강해서 '이게 불가능하다고? 그럴 리가?'라는 심정으로 몰두한다. 실상 사업을 접고 난 후에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은 내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었다. 또한, 과거 #폐결핵 으로 인해 상처가 있는 #몸뚱아리 를 극복하고 싶었다. 이 몸뚱아리가 '어디든 쓸모가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임한 것 같다.


처음에는 #오래달리기를 2017년 2월 28일부터 취미 삼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농구 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설렁설렁 달리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진짜 설렁설렁이다. 거리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 방법은 50m 달리고 50m 걷기였는데, 50m 달릴 때도 발이나 질질 끌면서 달렸다. 멀리서 누가 보면 '96kg 짜리 #돼지좀비 가 달리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달리기가 어느 새 6개월이나 이어졌었다. 그러다가 마침 내가 극한의 스트레스에 달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이것을 풀어낼 대상으로 '달리기'를 삼았다. 나는 곧바로 '극한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한 번에 70,000m를 달리자!'로 정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후회했다.


달리고 난 다음 날, 나는 몸살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그놈의 몸살은 나를 더럽게 괴롭혔다. 출근 하자마자 내가 한 것은 쓰러지는 일. 두개의 모니터 사이에 머리를 쳐박고 '으~'라는 신음을 내며, 오전을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1인 연구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이 고통을 알아줄 사람은 없었다. 엎드려서 생각한 점이 있는데, '왜지? 왜 달린 것 뿐인데 온몸이 아픈 거지?'라는 한심한 생각을 했다. 몸 전체를 사용하면서 달려놓고 말이다.


그래도 점심 시간에 찾아온 내 동기들이 약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나를 챙기기 시작했고, 하나의 몸살약을 먹고 오후에는 살아났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아 개운하다.'라는 헛소리를 한 번 입 밖으로 꺼낸 다음, '미쳤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70,000m 별거 아니네'라는 미친 소리를 한 번 더 입 밖으로 꺼냈다. 바로 옆에 있던 동기는 "형, x소리하네?"라며 반박을 했고, 나는 그날 저녁 바로 또 달렸다. 70,000m를.


그리고 또 앓아 누웠다. 다행히 다음 날이 주말이었기 때문에 이틀을 침대에서 내리 쉬고 회복할 수 있었다. 누워있으면서 '목표거리를 재조정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잠깐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음 날 나는 또, 70,000m를 달렸다. 무리한 시도였는지 곧바로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고, 운동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사실 깨닫기만 했다. 그 뒤로도 런닝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2년을 뛰었다. 대신, 무릎 보호대를 하기도 했고, 깔창을 바꾸기도, 발목 보호대를 하기도 하며 계속해서 달렸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2,000,000m를 넘게 뛰었는데, 소회는 '아! 2년을 뛰어도 힘들구나.'이다. 이제 3년이 되어 3,000,000m를 향해 가는데 똑같은 소회다. 여전히 달리고 나면 힘들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해소가 된다. 그때만큼은 다 잊고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달리면서 듣는 노래가 귀에 쏙쏙 박히기도 하며, 다른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만큼 달리면서 감수성을 풍부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업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달리는 것을 멈추고 걸으면서 핸드폰에 차근차근 그 생각을 정리한다.




#오래달리기 를 하고 난 후에, 씻으면 엄청난 보람이 다가온다. 물론, 그 보람은 무엇이 될 지 각자의 사정과 그 시점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며, 심적으로 단단해진다는 사실이다. 오래달리기를 집중하고 난 후, 내 #몸무게 는 78kg까지 줄었으며 건강한 사람이 됐고,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최고의 #다이어트 는 역시 운동이다.


#소설같지않은소설 #사소설 #현실소설 #그렇지만소설 #문학적접근 #일상사 #미시사




작가의 이전글 Moo'tic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