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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04. 2020

Moo'tice

#13, 우리는 이미 한 달 전에 이별했다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그 해의 추석이 다가왔다. 즉, 연휴여서 내가 부산에 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계획대로 친구들과 부산에 내려가기로 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내 차를 끌고, #1박2일 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려갈 때는 내가 운전하기로 했다. 내 차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나 때문에 내려가는 친구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차원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추석 연휴라 차가 많이 막혔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피곤하긴 했지만 견딜만 했다. 혹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또한, 옆에서 묵묵히 나랑 함께 가주는 #친구들 이 있었기 때문에 든든했다. 내가 힘들더라도 옆에서 위로해줄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그렇게 우리는 3개의 #휴게소  를 거치는 긴 여정을 떠났다. 내가 열심히 운전해서 가는 동안 친구들은  부산에서 뭐 할지 정했다. 그 이야기들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사실 친구들이 고른 #부산맛집 을 이미 다 가봤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사람'과 함께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생각해주는 척, 골라주는 척 하며 운전에 집중했다. 아니 머릿속에는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한편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소중한 시간을 내서 나와 함께 해준 친구들인데, 내가 즐거워 보이지 않아서 말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부산이 가까워짐에 따라 내 감정의 동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고마워했다가, 귀찮아했다가, 조금은 짜증이 나기도 했고, 괜히 같이 왔나라는 생각도 했다. 친구가 들으면 못된 놈이라고 말 할 마음가짐이었다. 당시 그 감정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었고, 태연한 척 할 수 있을 정도의 멘탈이라 다행이었다. 그저 모든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행이 아니었다. 부산에 내려온 목표가 헛되이 됐기 때문이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그 사람에게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차단이 돼 있는 줄 알았다. 메시지를 보낸지 한 시간이 지났고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친구들에게 이제 놀러가자라는 말을 꺼내려는 찰나, 그 사람에게 답장이 왔다. 그 사람의 입장은 여전히 같았다.


"만나서 할 이야기 없어요. 우리는 여기까지예요."


나는 그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당신과 얼굴보고 이야기하려고 부산에 왔어요. 메시지 하나로 헤어지는 것은 너무하잖아요. 헤어져도 우리 얼굴 보고 이야기해요."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다. 내가 부산에 찾아온 이유는 하나였다. '헤어져도 얼굴 보고 헤어지자'. 그렇게 해야 우리의 관계가 확실하게 정리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한 때 '사랑했던 사이의 예의' 말이다. 나는 그 예의를 다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 달을 기다려 내려왔다. 그 사람의 마음도, 내 마음도 가다듬어 정리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예의가 없었다. 아니 나를 만나는게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나는 답장이 없어 '혹시 차단된 것은 아닐까'해서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였다. 나는 #차단 당했다. 차단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 사람의 집 앞으로 찾아가고 싶었다.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싶었다. 또한,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사람한테 따져 묻는다고, 얼굴 보고 이야기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별 이었다. 내가 #미련 하게 달라붙을 뿐이었다. 


#이별의예의 를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일이었다. 이미 우리의 사이는 끝났었기 때문이다. 한 달 전에 말이다. 




ps. 그때 함께 가줬던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지금도 친구들은 내 옆에 있으며 항상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때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마음을 다잡게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별 #사랑이야기 #사랑 #헤어짐 #글귀 #글감 #소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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