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개미핥기 Dec 01. 2021

나는 왜 달리고 있는가?

#오래달리기 #기부런 #무런무런


✔️ 어느 덧 달리기를 시작한지 4년째. 곧 있으면 5년차로 접어든다. 나는 매일 달리면서 생각한다. 힘든데 왜 달리고 있는 거지?


✔️ "나 달리기하고 올거야!"라고 호기롭게 외치고 집을 나선다. 여름에는 더위가 내 숨을 옥죄고, 겨울에는 추위가 내 손을 옥죈다. 그 순간 '달리면 다 괜찮아질거야!'라고 속으로 외치고 속력을 낸다.


✔️ 하지만 이내 1km에 도달하고 나서 속으로 나를 욕한다. '미친놈! 이 힘든 걸 왜 한다 그런거야!' 그렇게 1km를 더 달린다. 그 다음에는 '아 이제는 달릴만 하구먼!'하고 속력을 붙인다.


✔️ 3km 지점 이젠 밖으로 말을 내뱉는다. '아!! 죽을 거 같아!!" 그리곤 이내 걷기 시작한다. 숨이 가라앉고 땀이 솟구치기 시작할 때 다시 달린다. 이때쯤이면 적응이 돼 달릴만 하다. 그렇게 4km를 채운다. 그리고 쿨다운 한다고 나머지를 걷는다. 집까지.


✔️ 4년전,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살을 빼기 위해서도 있지만 사실 냐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내게 달리기는 죽도록 하기 싫은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 중학교 3학년, 한창 게임에 빠져있을 때, 먹을 것도 먹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했다. 3일 밤낮을 자지도 않고(실제로 72시간 게임하고 2시간 자고 다기 게임에 몰두) 게임을 했다. 랭킹이라 불리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 그 결과 랭킹 1위와 아이템을 팔아 번 용돈 그리고 폐결핵을 얻었다. 벌어들인 용돈은 꽤나 큰 돈이었다. 내가 생전에 만져보지 못한 돈이었다. 물론 그보다 비싼 아니, 아직도 후유증을 앓게 만든 폐결핵을 얻었지만 말이다.


✔️ 그로 인해 폐활량을 잃었고, 몸무게 또한 잃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2시간 동안 공만보고 쫓아다녀도 힘들지 않았는데, 폐결핵을 완치한 고1 말부터 15분만 달려도 죽을 거 같았다. 몸무게는 비정상적으로 줄어 176cm에 50kg을 겨우 넘었다.


✔️ 그때부터 달리기를 싫어했다. 달릴 때마다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달리기를 멀리한지 10년이 지난 후,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목을 붙였다.


✔️ 하지만 재미가 없었다.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목표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살을 뺀다는 것은 내게 동기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다른 이유를 붙였다.


'나를 극복한다.'


✔️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도전이었다. 오래 달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나는 나 말고도 극복할게 많아 라고 생각했던 내가, 나를 극복하고자 달렸다.


✔️ 새로운 목표를 잡고 처음 달리던 때, 500m를 달리고 '음? 뭔가 다른데?'라고 생각했다.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었던가 힘들다고만 느꼈던 달리기가 보람찼다.


✔️ 그때부터 달리기를 기록했다. 스마트워치를 사고, 핸드폰에 달리기 측정 앱을 깔고, 그렇게 꾸준히 달렸다. 1년, 2년 그리고 3년 가까이 달렸을 때, 나는 연 1,000km라는 발자취를 남겼다.


✔️ 비록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기록은 나날이 발전했었고, 그래도 기록은 남자 평균치에 달했다. 그 덕분인지 체력도 나아졌고, 나를 소개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 콘텐츠를 만든 이후 1년 가까이 쉬었다. 사업을 한다는 핑계를 대고 말이다. 핑계가 무덤이 될 쯤, 다시 이 콘텐츠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록의 기록을 모아 '기부런'을 하나 만들었다.


✔️ 비록 많은 돈을 기부하거나 수 천명의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29명의 사람들과 함께 누적 거리 10,000km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 혼자였으면 불가능했을 목표를 29명이 나누니 빠른 속도로 채워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 전에 그들과 약속했던 것처럼 10,000km를 달성하면 100만원이 큰 돈은 아니지만,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는 곳에다가 꼭 기부하고 싶다. 다만 현금이 아니라 꼭 필요한 물품의 형태로 말이다. 그때가 빨리 다가오길 바라며 오늘도 달린다.


작가의 이전글 ? 2021년 브런치 결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