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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08. 2020

Moo'tice

#15, 두 번째 태종대 그리고 자살바위

다음 날 우리는 태종대를 향해 내 차를 끌고 갔다. 날이 좀 추워졌음에도 #추석 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후회했다. '좀 더 일찍 올 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코끼리열차 를 못 탈 지경이었다. 나는 과거의 나처럼 또 걸어야 했다. '한 번 걷기 힘들지 두 번 걷기 힘들겠냐' 했지만 속으로는 욕했다. 또한, 친구들한테 경고했다.


"여기 진짜 힘들다. 다 돌면 2시간 걸린다. 코끼리열차 탈 건지 걸을 건지 정해라."


나의 이 발언을 친구들은 무시했다. 그리고 보기좋게 후회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고통을 즐기기로 정했다. 그것은 바로 '술'이었다. 태종대를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맥주 두 캔씩을 구매했다.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몸이었기 때문에 500ml 물 하나를 구매했다.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운전자'인 이유도 있지만, 원래 술을 마시지 못하는 몸이다. 맥주 50ml만 마셔도 머리에서 울려오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잠에 들곤 했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음주 라는 단어를 삭제한 상태이다. 이 단어에 합쳐 #가무 도 삭제했다. 그게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편했다.


#음주가무 를 멀리하다보니 자동적으로 #담배 랑도 멀어졌다. 그래서 내 인생의 술, 담배 #클럽 은 없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내게 #일탈 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잠도 무조건 집에서 잤다. 집이 가장 편했고, 편리했고, 편안했다. #외박 은 가끔 친구들과 여행하면서 하는 것이 전부였다.


또한, 여행을 가도 가족들 모두 알게 됐다.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여행을 떠난 것이라 생각하여 내게 물어보기 때문이다. 우선 가족은 '언제 와?'라고 물어봤고, 안 들어간다 하면 '또 친구랑 여행갔냐?'라고 한심한 남자를 쳐다보듯이 물어봤다. 이런 가족의 관심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튼 그렇게 우리는 다시 2시간의 길을 떠났다. 처음에 우리는 추워했다. 몸의 온기 보다는 한기가 더 많이 스며들었고, 옷 또한 그렇게 두껍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에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한 대상은 친구 둘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내게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따뜻한 온기가 도니 한 없이 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 자살바위를 지나고 있었다. 자살바위를 쳐다보니, 한 달 동안 가진 시간이 무색하게도 내 마음의 파도가 일렁였다. 바로 앞에 파도치는 바다가 내 마음과 같았다. 계속해서 쳐다보면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생각했다. 친구들은 그 앞에 두고 나는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리고 친구들을 재촉했다.


"아직 반도 안 돌았어! 빨리 와! 가자!"


친구들은 욕을 하면서 내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너 자살바위가 왜 자살바위인지 알아?"


그 물음에 바로 "알아"라고 대답할 뻔 했다. 하지만 나는 참았다. 대신 태연한 척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대답했다.


"아니 몰라, 뭔데?"


그랬더니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몰라"


친구의 질문에 떠오른 안 좋은 기억을 때문에, 친구를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참아냈다. 그리고 나는 '싱거운 놈'을 쳐다보듯이 시선을 지긋이 보낸 후에 움직였다. 내가 먼저 앞으로 걸어간 것이다. 당시 들었던 생각은 무척이나 답답했다. 당당하지 못해 비겁자가 된 것 같았다. 또한,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 고작 그런 일에 무거운 마음을 가졌다는 생각에 말이다.


어제 "즐기자"라고 말했던 것과 다르게 내 마음은 한없이 요동쳤다. 그 요동침과 동시에 몸에 힘이 빠졌다.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지만 겨우 참아내고 다음 코스를 향해 나아갔다.




ps. 당시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내가 내가 아닌 듯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닌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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