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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09. 2020

Moo'tice

#16, 꿈이라는 존재

나머지 반의 태종대를 걸어서 돌았다. 친구들은 술에 취했는지 실없이 웃었다. 한 명이 웃으면 따라 웃었고, 실실거리면서 걸어다녔다. 처음에 친구들이 미친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게 술에 의한 좋은 반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냅뒀다. 아니 나도 함께 웃었다. #미친사람 처럼 말이다. 그렇게 웃으면서 걷다보니 우리는 다시 태종대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배고픔 을 느꼈다. 그리고 친구 둘은 동시에 #해장 을 외쳤다. 맥주 두 캔이지만 술을 먹었으니 해장을 해야 한다고 그랬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태종대 앞에 있는 #덕이네돼지국밥 으로 향했다. 지금도 그 가게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돼지국밥 이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남자 셋은 땀을 징하게 흘리고 왔음에도 #뜨거운국밥 을 열렬히 찾아댔고, 주문 후 얼마 안 있어 나온 국밥을 또한 열렬히 먹어댔다. 그렇게 한 차례 땀을 흘리고 온 남자 셋은 몸 속 깊은 곳으로부터 육수를 뽑아내며 그리도 열심히 국밥을 마셔댔다. 그 국밥을 다 마시고 난 후, 그 셋은 "이모님,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성 밝은 모습을 보이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 15분만에 말이다.'


15분 만에 우리는 국밥을 깨긋이 해치우고 다음 코스를 향했다. 나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기 가자! 2차 해장이다!"


친구들이 말한 저기는 '온천'이었다. 온천으로 유명한 #태종대온천찜질방 이었다. 어떻게 보면 2차이지만 3번째 땀을 빼는 코스였다. 사실 혹시 '그 사람에게 연락오지는 않을까?'해서 나는 망설였다. 탕에 들어가는 순간 연락을 못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어번 고개를 흔든 후 가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태종대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 짧은 거리지만 온천으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매표를 하고 우리는 #호다닥 탕으로 달려갔다. 친구들도 나도 두 차례 흘린 땀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었나보다. 대충 샤워를 하고 탕에 몸을 내맡겼다. 탕에 몸을 내맡기니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이내 곧 다른 생각이 몰려왔지만, 나의 방어기제도 금세 발휘됐다. 잔잔한 탕 속에 나의 마음을 내맡긴 것이다.


친구들 말에 의하면 탕에 들어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친구들은 탕이 너무 더워 냉탕으로 향하려고 나를 불렀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아 냅두고 자기들만 냉탕으로 옮겼다고 한다. 대략 나는 15분의 숙면을 취했다. 잔잔한 온탕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안아 누구의 품에 안겨있는 느낌이었다. 겨우 15분이었지만 꿈 또한 행복한 꿈을 꾸었다.


그 15분이 내게는 너무도 소중했다. #희망없는터널 을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 작은 행복이 진짜 행복이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자그마한 행복이 나를 지탱했다. 암울했던 어린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자그마한행복 이었다. 나는 긍정적인 아이였고,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봤다. 나는 그랬던 아이었다.


그것을 15분 숙면 속 탐험한 꿈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꿈은 밝았고, 환했다. 그리고 포근했다. 그때 꾼 꿈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꿈은 내게 말했다. '너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이다. 꿈이라는 존재가 나를 온전히 안아줬다. 그래서 한 번 더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었다.




ps. 사실 지금 써내는 이 글들이 구성이 짜여져 있고, 짜임새가 있게 쓰이지 않습니다. 쓰면서 내용을 떠올리고 구성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즉, 즉석에서 떠오르는 내용을 그리면서 써내는 중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들쑥날쑥함을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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