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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23. 2020

Moo'tice

#25, "아니요.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누나'"

두부 정식을 #옴뇸뇸 먹는 그 사람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 듯 마는 듯 했다. 나름 유명한 맛집이라 그런지 그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 듯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물어봤다.


"입에 잘 맞아요? 맛은 어때요?"


그 사람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태까지 먹어본 두부 중에 가장 맛있어요. 우리 나중에 '또' 와요. 정말 정말 맛있어요."


그 사람이 말한 나중에 또 오자는 말이 나의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사람과 함께 다시 올 수 있다는 그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또한, 그 믿음에 내 기대를 걸어봄직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의 말에 동의를 했다.


"좋아요. 우리 또 와요. 꼭 다시 와서 또 맛있게 먹기로 해요. 제가 골라준 음식 정말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그렇게 먹어주니까 정말 보람차요. 제가 나중에는 더 맛있는 곳 또 찾아볼게요."


나의 자신감있는 말에 그 사람은 옅게 웃어 보였다. 누나가 남동생을 바라보며 짓는 그 웃음이었다. 맞다. 그 사람은 나보다 한 살 많았다. 그 사람은 체구와 다르게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누나였고, 속이 깊은 사람이었다. 아니 속이 깊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었다.


4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학회였다. 학교에서 진행한 규모있는 학회였다. 우리는 같은 과 다른 분과였지만 워낙 규모가 있어 그때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그때는 내가 대학원 들어간 두 번째 학기였다. 한창 힘든 시기였다. 새로운 공부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고,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내가 대학원 들어가면서 세운 규칙이 있는데, '1년은 놀면서 공부할거야!'였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방학에는 아르바이트, 학기 중에는 장학금을 위해 공부에 몰두했다. 그 결과 내 대학생활에는 휴학도 MT도 없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MT도 만들고 사람들과 서울 투어도 감행했었다.


하여튼 내가 한창 힘들 때, 그 사람은 내 옆에서 힘이 되어줬다. 가끔씩 불러 밥도 사주며, 생일도 챙겨줬고, 세미나실에서 마주치면 간식도 많이 챙겨줬다. 핸드폰으로도 연락을 자주 했는데, 그때는 남자친구도 있었어서 나는 그 사람과 거리를 뒀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나를 지속적으로 챙겨줬다.


어느 날은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내가 지금 남자친구가 없었다면 우리의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 말에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딱 잘라 말했다. 


"아니요.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누나'"


사실 나는 그 사람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면 안 된다고 판단해서 '이건 아니다'라는 어투로 그 사람에게 대답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사람은 내게 조금씩 멀어졌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ps. 우리가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그 사람과 헤어진 후 많이도 했었다. 결론은 "아니,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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