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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21. 2020

Moo'tice

#24, '총총총' 소리가 나다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아줄 시간이 다가왔다. 그 시점은 우리가 음식점 주차장에 도착한 때이다. 주차를 하고 둘은 내려서 어색하게 바라보다가 손을 다시 맞잡았다. 그리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음식점에 들어간 이후, 그 사람은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했다. 좌식으로 구성된 음식점이라 그 사람의 선택은 탁월했다. 신발을 벗기 전에 다녀옴으로써 현명함을 표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화장실이 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현명한사람 으로 보였다.


화장실은 다녀온 그 사람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마치 그 사람의 발뒤꿈치에서 '총총총' 거리는 효과음이 나는 듯 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다가온 그 사람은 '구두'를 벗고 자리에 사뿐히 앉았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힘들었을텐데 구두를 신고 나와 같이 몇 시간을 걸어다녔다. 그때 깨달았는데, 나는 배려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 분위기에 취해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급하게 물어봤다.


"아 맞다! 구두 신었었죠. 발 안 아파요? 괜찮아요?"


그 사람은 내게 안심하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익숙해요. 나이가 몇 인데 이런 걸로 발을 아파해요. 그리고 이거 편하게 자주 신는 구두라서 걱정 안해도 돼요."


그 사람에게 최우선은 내 마음을 안심시키는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나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구두라는 것이 오래도록 신으면 발이 아프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들지 않았어요? 구두 신었다는 걸 내가 깜빡했네. 미안해요."


나는 이 말과 동시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발을 달라고 했다.


"발 줘봐요. 내가 주물러 줄게요. 많이 아팠을 거 같은데..."


처음 만남에 손 잡고 발까지 주물러 준다는 어이없는 이 행동은 무엇일까? 사실 그때는 그 사람 '발이 많이 아픈 건 아닐까?' 라는 걱정에 그렇게 내질렀는데, 이후 생각해보니 내 사심이 들어간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내 욕망이 포함돼 이기 때문이다. 나의 이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그 사람은 당황할 줄 알았다. 그런데 되려 발냄새라도 맡아보라는 듯이 내게 내밀었다.


"여기요."


나는 서슴없이 발을 받아들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발을 많이 주무른 경험을 살렸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는데, 침구 자격증이 있어서 침을 혼자서 놓고나서 나에게 부항을 뜨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 마사지를 시켰다. 그냥 시킨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시원하게 마사지 하는 법을 가르치셨다. 그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발 마사지에 능숙했다.


그 사람은 생각보다 시원했는지, 10분이 넘게 내 손에 자신의 발을 맡겼다. 나는 땀이 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주무르고 있었다. 갑자기 뺨 위로 흘러내리는 내 땀을 보더니 그 사람은 말했다.


"이제 그만해요. 당신 땀나요. 땀나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열심히 주무른 거예요? 이제는 내 발이 아니라 당신 손이 아프겠어요."


그 사람의 말에도 나는 계속해서 주무르며 말했다.


"괜찮아요. 당신 발이 아플까봐 더 걱정이죠."


나의 이 사심 가득한 발 마사지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 정확히 발을 주무르기 시작한 지 15분 만에 주문한 음식이 나오게 됐다. 그 음식은 두부 정식이었는데, 돼지 고기를 못 먹는 그 사람을 위해 내가 특별히 찾은 음식점이었다.




ps. 그 사람은 돼지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돼지 고기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몸을 타고났다. 그래서 그 사람은 소고기 아니면 닭고기 그리고 초밥 등을 찾았다. 또한, 그런 몸 상태로 인해선지 결벽증의 일부분이 모습도 보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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