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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19. 2020

Moo'tice

#23, 몸 뒤에서 나부끼는 손짓

"아..아니에요. 더워서 그런 거예요."


그 대답 이후로, 그 사람은 귀엽게 나를 보고 웃어줬다. 갑자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용기내서 내 손을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속으로 계속해서 궁금해했다.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손을 먼저 잡지도 못했던 나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 사람이 먼저 물어왔다.


"내가 왜 먼저 손 잡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갑자기 선수치고 내게 물어온 거다. 나는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구..궁금한데, 좋아서 잡지 않았겠어요?"


참 바보같은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냥 궁금하다고 말하면 될 것을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 사람은 한 번 웃어준 뒤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계속 손 잡아달라고 내 몸 뒤에서 손으로 신호 보냈잖아요. 그런데도 당신은 내 손 안 잡아주고 쳐다만 보던데요? 내가 왜 그렇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 줄 모르겠어요? 그거 다 내 손 잡으라고 손짓 준 거잖아요. 손까지 뒤로 빼고 그렇게 손 잡는 행위를 보여줬는데, 그걸 눈치 못 채요?"


나는 한 순간 더 당황했다. 앞에서 던졌던 그 질문보다 훨씬 당황하고 말았다. 갑자기 안절부절하는 내 태도를 보이게 될 것같아 마음이 불안했다. 하지만 빠르게 정신을 다 잡고 냉정하게 대답을 생각했다. 솔직하게 인정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말이다. 그리고 난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몰랐어요. 그게 손을 잡아달라는 신호인지 말이에요. 게다가 저는 사귀기 전에 손을 잡거나 하는 거 잘 못하는 걸요. 그래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난 내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한 내 심정을 전했다. 최대한 그 사람이 당황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도록, 내 마음을 담아 말을 전달했다. 그 사람은 내 말을 듣고 대답했다.


"나..나도 그래요. 누군가랑 사귀기 전에 손 잡는 건 처음이라고요. 이번이 첨이에요."


나는 그 사람에게 사귀기도 전에 손 잡는게 나쁘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잘못 전달이 된 듯 했다. 그에 대한 변명이 필요했다.


"아, 그게, 그 당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게 아니라, 그냥 제가 좀 당황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돼요. 미안해요. 또 놀래킨 거 같네."


웃으면서 내가 전한 말에 그 사람은 안심한 듯 했다. 그 안심한 표정을 보고 내가 손을 따뜻하게 다시 잡아줬다. 그 사람은 거부감 없이 자신의 손을 내게 건네줬다. 그때 잡은 그 사람의 손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내가 혹시나 싫어할까봐 그 사람도 걱정을 한 것 같았다. 또한, 나를 놀리는 척 하면서 자신도 속으로 긴장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잡은 손을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꽉 잡았었다. 그 사람이 내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 사람의 손은 차가웠지만, 내게는 무척이나 따뜻했다. 먼저 손을 건네준 행위도, 잡아준 행위도, 내게는 무척이나 포근한 온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날이 선선했음에도 손에서는 계속해서 땀이 났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꼭 잡고 환상의나라를 빠져나왔고, 저녁 식사를 향해 가는 차 안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ps. 바깥 공기가 차가워, 손이 얼어붙어감에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꼭 달라붙은 손이 다시는 떨어지면 안 된다는 것마냥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고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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