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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17. 2020

Moo'tice

#22, "내가 손 잡아서 당황했어요?"

우리가 환상의 나라에서 마주한 환상은 그 시간에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장면을 마주하고 카메라에 옮겨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 특유의 색감이, 그 특유의 분위기가 카메라에는 절대 잡히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 이 시간을 멈춰 평생 간직하고 싶었다. 우리 둘이서만 간직할 수 있는 그런 곳에다가.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그 사람에게 그 앞에 서 있으라는 말조차 하지 못 했다. 그 장면을 눈에 담느라 바빴고, 사진에 담아보려고 애쓰느라 바빴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고 옆에 있던 그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나 그 사람도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그 사람의 어깨를 '톡톡'치고 말했다.


"지금 사람 없을 때가 기회예요. 저기 서봐요. 사진 한 장 찍어줄게요."


그 사람은 쑥쓰러운 듯 가서 섰다. 하지만 포즈를 취하는 그 사람의 모습은 프로였다. 쑥쓰러움은 온데 간데 없었고, 온갖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당당하게 때로는 쑥쓰럽게 한편으론 귀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말이다. 여러 장을 열심히 찍고 난 후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을 확인한 순간, 나는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름다웠던 장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사람이 그 장면보다 더 인상 깊었고, 아름다웠으며, 황홀했다. 오히려 그 환상이라는 공간은 그저 그 사람의 후광이 되어서, 그 사람을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흔한 '콩깍지의 착각은 아닐까' 했다. 눈을 비비고 몇 번을 봐도 똑같았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 사람에게 매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선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와, 사진 봐봐요. 저 홍학들하고 벚꽃잎은 배경밖에 안 되네요. 당신이 훨씬 아름답네요."


나도 모르게 나온 그 말에, 그 사람은 흠칫했다. 우리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나의 저돌적인 표현에 놀란 것 같았다. 그래도 태연하게 나의 말을 받아쳤다.


"아니에요. 당신이 사진을 잘 찍어줘서 그래요. 고마워요."


그녀의 배려 섞인 말에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우리는 단 한 마디로 한층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는 서로 모르게 '손'을 맞잡고 있었다. 몇 년만에 만난 사이인데, 하루만에 손을 잡았다는 것에 놀랐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엄청 보수적인 사람이다. 특히나 연인 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에 무척이나 놀랐다. 무의식적인 행동에서 발현된 결과물이긴 하지만, 그 사람과 나의 충동적인 행위가 아니길 빌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나는 속으로 놀라며, 손바닥으로 표현을 하고 있었다. 얼마 잡지 않았는데 나의 손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놀란 속 마음이 표정이 아니라 손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사람도 그걸 느꼈는지 나에게 말했다.


"더워요? 너무 많이 걸었나?"


나는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내가 원래 땀이 많아요. 그래서 그래요. 여기 물티슈 있어요. 닦을게요."


그 말에 그 사람은 나를 귀여운 팬더 보듯이 쳐다봤다. 그리고 말했다.


"귀엽네 :) 내가 손 잡아서 당황했어요?"




ps.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그 사람에게 왜 손을 잡았냐고 물어봤다. 그 사람의 대답은 다음 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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