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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Feb 16. 2021

Moo'tice

#46, 문제 해결의 키는 차 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에코백을 메고, 잘 포장된 술을 그 안에 넣고, 신발을 주섬주섬 챙겨서 급하게 뛰어 내려갔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술을 찾는 사이 1시간 15분 후 도착 예정이, 1시간 25분이 됐다. 선배를 위해 준비한 술 때문에 선배와의 약속에 지각할 운명이 됐다.


나는 이 문제 해결의 키가 차 키임을 인지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올라와 책장 위에 놓여있는 차 키를 집어 들었다. 차 키를 들자마자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 문이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았다. '턱!' 소리에 놀란 엘리베이터가 입을 다시 열었다. 그 입으로 몸을 던져 안착하는 동시에 '1'이라 쓰인 숫자를 눌렀다. 그리고 귀여니의 소설에 나온 귀여운 표정의 이모티콘(> <)을 연타했다. 


연타하는 횟수와 상관없이 엘리베이터는 입을 천천히 다물었다. 꼭, 뱀이 먹이를 삼킨 후에 천천히 소화시키는 것처럼, 행동이 갑자기 굼떠졌다. 아니, 엘리베이터의 행동은 여느 때와 같았다. 단지, 나의 조급한 마음이 그 행동으로부터 답답함을 느꼈을 뿐이다. 


10분 같은 10초가 지나고, 엘리베이터는 아이언맨이 맨땅에 착지하듯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1층에 도착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엘리베이터는 입을 열고 나를 내뱉었다. 내뱉어주는 추진력에 맞춰 나는 달려 나갔다. 급하게 튀어나갈 수밖에 없던 이유는 차의 행방 때문이다. 전날에 나는 차를 사용하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차의 위치가 지상인지 지하인지에 따라 1시간 25분이 1시간 30분이 될 수도, 1시간 20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아파트와 도로의 경계석을 내딛자마자 자동차와 교감하려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차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즉, 지상에서의 교감은 실패로 끝났다. 교감 실패 후, 곧바로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다급하게 올린 발과 다르게 조심스러운 행보였다. 계단은 '발만 디뎌봐라 널 넘어뜨릴 거야!'라고 말하며,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그 뽐냄을 속으로만 알아주고, 나는 모든 단계(step)를 거치지 않고 뛰어 내려갔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보내는 신호에 자동차는 응답을 해줬다. 계단 바로 옆에 차가 위치해 있어서 뒷문을 열고, 에코백을 넣고, 닫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내 몸을 욱여넣고, 문을 닫고, 시동을 걸고, 바로 엑셀에 발을 얹었다. 


여전히 작은 화면 속 예상 시간은 1시간 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출발 시간이 5분이 더 늦어져 약속시간보다 15분 후인 시간을 나타냈다. 차와 함께 아파트 단지를 나서고, 신호에 걸리자마자 선배한테 연락을 넣었다. '누나 죄송해요!! 제가 좀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들어가 계시면 제가 자리로 찾아갈게요!! 죄송해요!! ㅠㅠ'


문자를 보낸 후, 답장을 확인하지 않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한창 고속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선배한테 답장이 도착했다. 하지만 운전 중이라 확인할 수 없었다. 단지, 속으로 선배한테 민폐를 끼치게 될까 노심초사했을 뿐이다. 최근 워낙 바쁜 선배여서,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했는데, 이 사달이 났다.


물론, 선배는 후배들한테 너른 마음으로 대해 주시는 분이라 이해해주실 거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그 예외가 나와의 식사 후 다른 약속이 있거나, 선배가 쉬고 싶을 수 있거나와 같은 예외 사항들이다. 이러한 예외를 고려하여 행동해야 한다.


여하튼, 나의 서투른 행동 때문에 나의 마음은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처음 신호를 마주한 순간 선배의 답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난 서두른 마음을 진정시켰다.





ps. 이번 화는 추상적인 나의 상황을 꾸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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